지난해 시즌 초였던 4월 24일 경기 직후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1:1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의 유틸리티 내야수 서동욱이 넥센으로 가고, 넥센은 포수 최경철을 LG로 보내는 트레이드였다.
당시 LG는 포수 자원 수혈이 시급했다. 주전이었던 현재윤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다. 조윤준이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김재민이 백업으로 버티고 있었다. 넥센에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던 최경철이었지만 LG는 포수가 필요해 활용도가 비교적 높은 서동욱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다수의 예상대로 지난 시즌은 서동욱을 데려온 넥센이 트레이드의 승자로 평가받았다. 최경철은 LG로 온 직후 38경기 출장에 그쳤다. 타격 성적은 53타수 13안타(타율 .245)였고, 홈런 없이 5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이적 후 꾸준히 경기에 나선 서동욱은 타율 2할6푼1리, 6홈런 21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더욱 중용된 최경철은 타율이 2할1푼4리로 높지는 않았지만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17경기에 출전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4홈런 39타점으로 가끔씩은 상대 투수를 위협하기도 했다.
반면 서동욱은 올해 초라한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39경기에 뛴 것이 전부인 서동욱의 타율은 1할4푼7리에 불과하다. 홈런과 타점 없이 34타수 5안타를 기록해 지난 시즌 최경철의 타격 성적보다 나빴다. 이 1:1 트레이드의 승자가 LG라는 결론이 현 시점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최경철을 LG에 넘겨준 넥센은 서동욱을 포수로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동욱은 일정수준 이상의 타격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내야 한 포지션의 주전으로 뛰기에는 수비 능력에 무리가 있어 팀을 위해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염 감독은 포수로서 서동욱이 가진 핸들링 능력을 높게 사고 있다.

1년 만에 입지가 극명하게 바뀐 둘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다시 맞붙는다. 지난해에는 서동욱이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진입한 반면, 최경철은 두산 베어스와 대결했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 LG는 포수로 현재윤과 윤요섭을 썼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넥센이 두산에 패해 서동욱이 친정팀 상대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를 수 없었지만, 올해는 두 선수 모두 친정팀을 상대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고 싸운다.
이번에는 서동욱이 도전자다. 최경철은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5타수 8안타(타율 .533) 1홈런 5타점을 해내고 물샐틈없는 도루저지와 수비까지 보여 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올해 가을야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서동욱 역시 한 방을 갖추고 있어 넥센의 ‘미친 선수’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둘 중 누가 1년 6개월 전 맞트레이드의 승자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플레이오프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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