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랑’, 왜 '모래시계'가 되지 못했나[종영]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0.27 07: 04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극본 나연숙, 연출 이현직)이 기나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쉬운 끝맺음이었다. 당초 현대사를 관통하며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기획의도였지만, 부족했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적 반향과 선풍적 인기를 한 몸에 받은 SBS 드라마 ‘모래시계’(1995)와도 비교됐다. 그럼에도 탁월한 눈물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황정음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 지지부진 중반부-LTE전개 후반부
‘끝없는 사랑’은 한동안 ‘끝없는 고통’으로 불렸다. 주인공 서인애(황정음)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복수는 36회에서 시작됐다. 시청자가 통쾌함을 느끼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 결국 인물들의 이야기는 급작스럽게 마무리됐다. 한광훈(류수영)-한광철(정경호) 형제의 출생의 비밀처럼 뜬금없는 반전도 있었다. 당초 40부작으로 계획됐다가 37부작으로 3회가 축소된 것이 하나의 이유였다.

휘몰아친 후반부와 달리 중반부는 답답했다. 서인애는 박영태(정웅인)의 부하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로 인해 임신을 하고, 임산부의 몸으로 옥에서 고초를 겪었다. 서인애는 매일 울어야 했다. 이 과정에 꽤 많은 분량이 주어졌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침통했다. 결국 아이를 낳아 기르는 대목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가슴을 쳤다. 강간범의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설정이 쉽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 시대극이 맞나요
이 작품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여자주인공의 일과 사랑을 다뤘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대였고, 이와 맞물린 사람들의 가혹한 운명이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배경은 중요한 장치였다. 하지만 시대와 맞지 않는 단어나 의상, 소품, 설정 등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2014년으로 봐도 무방한 장면도 여럿 있었다. 교복자율화 시기에 교복을 입은 학생이 등장하고, 1990년대 후반 쓰기 시작한 ‘알바’란 단어를 사용하는 식이었다.
대신 많은 부분을 대사에 의존했다. 당시 정치적, 시대적 상황을 직접 보여주기 보다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설명했다. 때문에 배우들에겐 대사가 너무 어려웠고, 시청자는 지루했다. 심지어 마지막회에서 주인공들이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그들의 외양에서 시간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았다. ‘끝없는 사랑’의 한 제작진은 “긴박한 드라마 제작환경과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문제 등이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알 수 없는 러브라인
서인애와 한광훈, 한광철의 삼각관계는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이었다. 문제는 메인커플인 서인애와 한광훈의 애절한 사랑보다 한광철의 짝사랑이 더 아름답게 그려졌다. 한광훈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서인애를 등졌지만, 한광철은 서인애에게 헌신했다. 서인애가 낳은 강간범의 자식도 자신의 딸처럼 돌본 그였다. 줄곧 이런 구도였기에 결말은 갑작스러웠다. 한광철은 원수의 딸인 김세경(전소민)과 결혼했고, 서인애와 한광훈은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결국 ‘끝없는 사랑’을 한 이들은 박영태와 민혜린(심혜진)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불륜이었고,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뒤섞인 애증만큼 견고한 관계였다. 궁지에 몰린 박영태는 민혜린, 친딸 김세경과 밀항을 결심했다. 막판 박영태를 배신한 부하에 의해 박영태와 민혜린은 죽음을 맞이했다. 한날한시에 눈감은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적이면서 애틋했다. 또한 허망한 권선징악이었다.
오는 11월 1일부터 후속작 ‘미녀의 탄생’이 방송된다. 성형과 다이어트로 다시 태어나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여인과 그 여인을 탄생시킨 한 남자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주상욱, 한예슬, 정겨운, 왕지혜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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