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두 번째 기적을 바라본다. LG는 26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 엔트리를 확정, 채은성과 김선규를 포함시키고 정의윤과 윤지웅을 제외했다. 다소 의아할 수 있는 엔트리 변동이지만, 실체는 다른 곳에 있다. NC에서 넥센으로 상대가 바뀐 만큼, 맞춤형 필승전략을 위해 변화를 택한 것이다.
먼저 양상문 감독은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여기까지 온 만큼 우승을 노려야한다. 물론 역사만 돌아봐도 확률은 낮다. 준플레이오프로 시작한 팀이 우승한 경우가 거의 없다”며 “지금까지 준플레이오프 경기들을 돌아보면 무리하게 많이 투입하다가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서 무너지더라. 페넌트레이스와 너무 다르게 운용하는 게 크게 이익이 되지는 않는 듯싶다. 포스트시즌이라고 교체 타이밍이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우승을 바라봐야하는 만큼, 무리한 운용 없이 17경기짜리 시즌서 10경기를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내내 정석에 가까운 운용을 했다. 선발투수의 교체 타이밍은 평소보다 빨랐으나,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불펜진을 폭넓게 운용했다. 신재웅과 이동현을 4경기 모두 투입했지만, 이들이 한 경기에 2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불펜투수들의 투구수도 경기당 20개 내외로 끊었다. 2차전서 이동현이 31개의 공을 던진 게 불펜투수 한 경기 최다 투구수였다. NC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 앞서 “전원 필승조라 할 수 있는 불펜진을 최대한 살려보겠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실천했다.

이제 양 감독은 다시 판을 짰다. 마운드부터 넥센전에 맞게 바꾸었다. 넥센에 좌타자가 적은 것을 염두에 두고 좌투수 윤지웅 대신 사이드암투수 김선규를 넣었다. 김선규의 역할은 1, 2차전 신정락을 대신할 불펜 사이드암투수로 해석할 수 있다. 2차전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신정락 임정우 티포드 장진용 중 신정락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2개의 공을 던진 신정락이지만, 오는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굳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아도 된다. 신정락 뒤에 임정우를 붙여 쓸 수 있다. 둘이 합쳐 5이닝만 소화해도 LG는 계산속에서 마운드를 운용하게 된다.
게다가 신정락은 목동구장에서 넥센을 상대로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8월 20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2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는 무려 18년 만에 8월 이후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라섰다. 2013시즌 넥센을 상대로 평균자책점 3.00으로 선방했다. 2차전 선발투수 후보 4명 중 가장 확실한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2차전 선발 등판 후 신정락은 다시 불펜진에 합류, 결국 3차전부터 김선규의 비중은 줄어들 확률이 높다.
채은성의 엔트리 진입도 넥센과 관련이 깊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오른 채은성을 넥센과 7경기서 18타수 8안타(타율 0.444)를 쳤다. 특히 5월 31일 목동 넥센전에선 3타수 3안타로 프로 통산 첫 한 경기 3안타를 달성했다. 정의윤도 올해 넥센전에서 홈런 2개 포함 41타수 12안타(타율 0.293)으로 나쁘지 않았으나, 채은성이 미야자키 교육리그서 맹활약, 타격감이 좋은 것을 높게 봤다. 교육리그를 총괄하고 있는 차명석 코치는 26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채은성이 많이 좋아졌다. 맞붙는 일본팀들 투수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 우리 팀에서 거의 은성이만 잘 쳤다. 플레이오프를 위해 일찍 한국으로 갔는데 일단 여기서는 상당히 잘 맞히고 있었다”고 밝혔다.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다.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채은성이 교육리그서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다. 우리가 다음 무대에 오르면 은성이를 불러볼 생각도 있다”고 했었다. 최근 타격감과 특유의 침착함을 잘 조화시킨다면, 우타대타 요원으로서 몇 번 없는 찬스서 한 방을 날릴 수 있다.
단순히 엔트리 변동 외에도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기간, 플레이오프를 의식한 마운드 운용을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선 정규시즌과는 달리 정찬헌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정찬헌은 2경기에 나와 2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등판한 경기들도 1차전과 4차전. 승리가 거의 확정된 순간, 가볍게 몸을 풀 듯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이는 넥센과 플레이오프에선 정찬헌의 역할을 크게 가져가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정찬헌은 올 시즌 넥센과 9경기 7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52로 호투했다. 특히 8월 1일 잠실 넥센전에선 연투한 봉중근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양상문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직접 꼽은 다크호스, 오지환까지 활약하면 금상첨화다. 오지환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선 19타수 4안타(타율 0.211)로 부진했다. NC 배터리가 오지환의 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오지환은 1차전부터 3차전까지 안타 2개에 그쳤다. 3차전에선 엎친데 덮친격으로 두 차례 희생번트에 실패, 2번 타자로서 공격 흐름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오지환은 4차전서 7번 타순으로 내려갔고, 곧바로 멀티히트를 날리며 활약했다. LG 주장 이진영도 “플레이오프에선 (오)지환이가 할 것 같다. 4차전에서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냈다”며 “스나이더의 경우 정규시즌 막바지 연습에서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 이병규(7번)도 롯데전에서 홈런 두 개를 쳤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역시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오지환이 잘 할 것이다”고 양상문 감독과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어느 타순에 배치되든, 오지환의 활약은 LG에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장타력과 빠른 다리를 겸비한 오지환이 경기당 2번 이상만 출루해도 넥센에 큰 부담을 준다. 이미 LG 타선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모두 10안타 이상을 쳤다. 여기에 오지환까지 활약하면, 넥센 마운드 공략도 불가능은 아니다. 참고로 NC는 정규시즌 선발진 최저 평균자책점(4.26)을 기록했다. 그러나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선 6이닝을 소화한 투수도 없었다. 넥센의 소사 밴헤켄 오재영의 3인 선발로테이션을 상대로도 LG가 비슷한 결과를 낸다면, 시리즈의 균형은 예상보다 빨리 기울어진다.
양상문 감독은 미디어데이서 LG가 넥센보다 나은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투타 조화에 있어서는 우리가 낫지 않을까 싶다. 야구는 경기 감각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는 준플레이오프 기간 비로 인해서 체력소모 없이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잠실구장에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들으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넥센보다 유리하게 경기를 치를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리 완성된 양 감독의 두 번째 시나리오가 두 번째 기적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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