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일본시리즈에서 한국인 타자 홈런이 터졌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4번타자 이대호(32)가 한국인 타자로 5년 만에 일본시리즈에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대호는 지난 26일 일본 오사카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치러진 2014 일본시리즈 한신 타이거즈와 2차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1-0으로 리드한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노미 아쓰시의 초구를 공략해 비거리 120m 좌월 솔로 홈런을 폭발시켰다. 일본시리즈 데뷔 첫 안타가 홈런포.
올해로 일본야구 3년차가 된 이대호는 처음으로 일본시리즈를 경험하고 있다. 1차전에서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을 뿐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이대호는 2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으로 4번타자의 힘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한동안 끊겨졌던 일본시리즈에서 한국인 타자 위상을 드높였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대호 이전 일본시리즈에서 홈런을 터뜨린 한국인 타자는 이승엽(38·삼성)이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2009년 11월3일 니혼햄 파이터스와 일본시리즈 3차전에서 추격의 솔로 홈런을 쏘아올린 바 있다. 그로부터 5년 만에 이대호가 일본시리즈에서 한국인 타자의 홈런 명맥을 잇는 데 성공했다.
한국프로야구를 거쳐간 한국인 타자가 일본시리즈에서 홈런을 친 것은 이대호가 3번째. 먼저 일본에서 뛴 선배 이승엽과 이병규가 이대호보다 일본시리즈에서 홈런 손맛을 봤다. 이병규는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이었던 2007년 니혼햄과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 솔로포를 터뜨렸지만 그것이 유일한 홈런이다.
그런 점에서 이승엽의 위엄이 느껴진다. 이승엽은 일본시리즈 통산 홈런이 4개로 한국인 타자 중 최다로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준.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던 2005년 한신과 일본시리즈에서 1차전 솔로포, 2차전 투런포에 이어 4차전에도 투런포를 작렬, 지바 롯데의 일본시리즈 4전 전승 우승을 견인했다.
다소 하향세에 접어들었던 2009년 일본시리즈에서도 솔로 홈런으로 만천하에 건재를 알렸다. 이승엽은 2005년 지바 롯데에 이어 2008~2009년 요미우리에서 3차례 일본시리즈를 경험하며 우승도 2005년과 2009년 두 번이나 맛봤다. 누구보다 많이 일본시리즈에 진출해 홈런포를 펑펑 터뜨리며 한국인 타자의 힘을 보여줬다. 이대호의 홈런을 통해 새삼 실감케한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에 올라온 한국인 타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홈런이 적었다. 5년 만에 한국인 타자 일본시리즈 홈런에는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일본시리즈에 오르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그 무대에서 홈런을 친다는 것은 더 어렵다. 이대호가 이제는 이승엽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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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