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사이 프로야구 감독이 3명이나 새로운 인물로 자리를 바꾸고 한 군데는 감독직을 사퇴했습니다.
LG-NC의 2014 준플레이오프가 열리던 기간 중이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SK 와이번스가 이만수(56)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와이번스의 김용희(59) 육성총괄팀장을 감독으로 선임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입니다.

이날 두산 베어스도 1년간 팀을 지휘한 송일수(64) 감독 대신 프랜차이즈 출신인 김태형(47) SK 배터리 코치를 사령탑으로 선임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 3억원에 연봉 2억원입니다.
그리고 10월 25일 한화 이글스는 2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김응룡(73) 감독 후임에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72)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계약금과 연봉 모두 5억에 3년 계약한 김 감독은 총액 20억원을 받습니다.
세팀 모두 감독 경질 사유는 올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감을 물어 새로운 지도자를 선임한 것입니다.
SK는 2007년부터 수석코치를 맡았다가 2011년 시즌 도중 감독 대행에 올라 2012년부터 사령탑에 오른 이만수 감독이 지난 해와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김용희 감독을 선정했습니다.
김용희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로 선수 생활을 보낸 후 지난 1994년~1998년 롯데 감독을 맡고 2000년에는 삼성 감독을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SK 2군 감독을 지내다가 올해부터 스카우트 겸 육성팀장을 맡았습니다.
두산은 지난 해 리그 4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당시 김진욱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다 이긴 경기를 놓친 데 대해 구단 최고위층의 지시로 전격적으로 김 감독 대신 2013년부터 코치를 맡은 일본인 송일수 감독을 앉혔습니다.
신임 김태형 감독은 OB 베어스 시절인 1990년부터 2001년까지 포수로 활약하며 팀의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지도자로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배터리 코치로 일하다가 2012년부터 올해까지는 SK의 배터리 코치로 활동하고 6년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불펜 코치도 맡았습니다.
한편 KIA 타이거즈는 지난 10월 19일 마산구장에서 LG-NC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지던 날 선동렬(51)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했습니다. 2년간 재신임을 받은 선 감독은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 8000만원의 조건에 구단과 합의했습니다.
당초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선 감독이 KIA와 재계약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으나, 구단의 재계약 공식 발표가 있자 KIA 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선동렬 감독은 직접 구단 홈페이지 내 게시판인 '호랑이 사랑방'에 글을 올려 3년간 팬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사과와 앞으로 팀을 개혁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나오고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본사 앞에서 선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자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여론에 결국 25일 선동렬 감독은 스스로 팀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6일만에 구단과 협의 후 자진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한화는 지난 2012년 최하위를 차지하자 한국시리즈에서 10번 우승한 노장 김응룡 감독을 2013년 영입했지만 그 해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는 대대적인 투자로 FA 선수를 데려오기도 했으나 역시 최하위에 머물자 계약기간이 만료된 김응룡 감독 후임을 찾았습니다.
내부 승격으로 알려졌지만 한화 팬들은 최근 3년 연속 꼴찌 수모와 2007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한 다음 2008년 5위 이후 8위(최하위)-8위-7위-8위(최하위)-9위(최하위)-9위(최하위) 등으로 밑바닥에서 헤매자 상처 받은 팬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한화 팬들은 성적 올리기에 능한 김성근 감독 선임 청원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려 11만뷰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한화 그룹 본사 앞에서는 1인 시위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9시 청계천 인근의 한화 본사 앞에서 한 남성이 1인시위에 나섰습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 팬은 피켓에 “한화 야구를 살릴 수 있는 것은 김성근 감독뿐입니다. 존경하는 회장님 6년간 꼴찌해도 변함없이 한화만을 응원한 한화 팬들에게 회장님의 의리를 보여주세요”
‘1인시위’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저촉을 받지 않는 개인 의견의 표현이었고 팬들의 마음은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에게도 전해져 마침내 김성근 감독의 전격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SK와 두산은 성적 부진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팀의 성적이 좋지 못했을 때 올 시즌 내내 감독의 팀 운영을 비난하는 팬들의 소리가 인터넷 댓글에 쌓였습니다.

한화와 KIA는 직접적으로 팬심이 작용해 원하는 감독을 선임케 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해 프로야구 사상 처음 생긴 감독 보직 배경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단은 그동안 항상 팬을 가장 우선시 한다고 하면서도 팬들이 원하는 바와 구단의 운영과 판단이 다른 경우가 많았던 게 이제까지 관행이었으나 이번에 한화 구단은 팬들의 마음을 따르는 혁신적인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야구에서 이처럼 팬심이 직접적으로 구단의 감독 선임 과정에 전달된 사례는 없습니다. 또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우리처럼 빠른 기간에 감독을 바꾸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프로야구 감독 선임은 전문가 집단인 프런트, 그리고 구단의 실소유주인 그룹 오너가 결정했습니다.
구단 사장과 단장 등 프런트는 감독 후보를 추려 올리고 구단주가 선택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팬들의 소리가 감독 선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팬심이 영향을 직접적으로 끼치는 시대가 됐어도 최종 결정은 전문가의 판단과 조언이 따르고, 구단은 지나치게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길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팬들이 임명한 첫 감독’이란 타이틀을 갖게 됐으나 부담감은 큽니다. 한화 팬이나 구단이 가장 확실하게 빠른 시일내 4강 이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김성근 감독을 선임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1989년 단일리그 체제로 전환된 후 김성근 감독이 맡은 팀은 첫 해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1989년 태평양, 1991년 삼성, 1996년 쌍방울, 2002년 LG, 2007년 SK까지 김성근 감독이 맡은 팀들은 부임 첫 해부터 곧장 하위권에서 4강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그러나 9개팀 리그 체제와 현재 한화의 전력으로 보면 당장 내년에 4강 진출은 쉽지가 않습니다. 내년에 한화가 4강에 오르지 못하면 김성근 감독이나 팬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조급하게 팀성적 향상을 바라는 풍토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