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현재 인기는 행운..노련함이나 연륜 덕 아니다” [인터뷰]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4.10.27 16: 28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2년 만에 새 앨범 ‘신발장’을 발표하고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를 장악하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더블타이틀곡 ‘헤픈 엔딩’과 ‘스포일러(Spoiler)’는 물론 그 외 수록곡까지 차트 상위권에 올리며 막강한 음원 파워를 보이고 있는 것.
에픽하이는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OSEN과 만나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이렇게 사랑 받는 이유를 진심으로 모르고, 그래서 지금 ‘멘붕’ 상태”라고 말했다. 겸손함을 넘어 당황스러워하는 듯한 멤버들의 모습이 훈훈한 웃음을 자아냈다.
에픽하이의 ‘헤픈 엔딩’은 지난 21일 발표 후 온라인 차트를 휩쓸며 27일 멜론, 올레뮤직, 벅스, 지니,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소리바다 등 총 7개 음원사이트에서 주간차트 1위를 석권했다. 이에 대해 타블로는 “마냥 행복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예전에 1위 했을 때와 좀 다른 느낌이다.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이 한 6년 만이다. 사실상 앨범 만드는 기간은 2년 걸렸는데 이런 순간이 오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미쓰라와 투컷 역시 같은 기분인 것으로 보였다.
지난 11년간 워낙 많은 히트곡으로 사랑을 받은 에픽하이였다. 하지만 타블로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전혀 예상 못했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음원, 음반도, 콘서트도 그렇다. 우리가 처음 나올 때 세팅해 둔 것 보면 스스로 낮게 측정해뒀다. 콘서트 같은 경우도. 우리 회사 공연 스타일이 큰 데서 하는 스타일인데 우리가 ‘최대한 작은 곳에서 1, 2회만 하자’, ‘많아도 2회만 하자’고 했다. 그랬는데 앨범이 나오고 티켓팅이 2, 3분 만에 매진이 됐다. 공연을 2회 추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픽하이가 이번 컴백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은 그 간의 공백기간 탓일 수도 있다. 최근 여러 힙합 가수들이 연이어 컴백하며 대중적인 힙합 음악을 내놓은 것에 비해 에픽하이의 색깔은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에픽하이의 색’으로 매우 뚜렷했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 것도 있었다. 특히 미쓰라는 최근 2년을 ‘슬럼프의 기간’으로 표현하며 “앨범 준비하면서 ‘멘탈 붕괴’가 왔었다”고 고백했다.
미쓰라는 “10년 정도 음악을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지난번 앨범이 어려웠다. 내 나름대로는 이 앨범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말 잘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었고, 안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었다. 안 받아 들이시는 분들에 대해 상처가 깊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타블로와 투컷 역시 “슬럼프가 깊었다. 우리한테 ‘자신이 없다’,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앨범 작업에 2년이 들어갔다면 첫 1년은 미쓰라를 끌고 가는 시간이었다. 간혹 우리가 축제나 그런 일정이 있으면 오고, 그 외는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되거나, 작업실에 아예 안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타블로는 “그런데 사실 나도 뒤돌아 보면 슬럼프에 심하게 빠져서 뭐가 잘 안 되고, 절망하고 그럴 때 많았다. 그럴 때는 멤버들이 나를 업고 뛰고, 이번에는 미쓰라를 우리가 업고 뛰는 게 많았다. 그런 것 때문에 이 팀이 소중한 것 같다. 세계적으로 힙합은 팀보다는 솔로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팀이 없었으면 11년 동안 음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이 우리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픽하이라는 팀에 세 사람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음악으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미쓰라도 지금은 슬럼프를 모두 극복한 모습. 폭발적인 앨범 반응에 “이 영광을 함께 못 할 뻔 했다”며 웃는 미쓰라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에픽하이의 ‘신발장’은 과거 에픽하이의 특징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으로 탄생했다. 오히려 지난 2012년 발매한 ‘99’보다 더욱 에픽하이답다는 평이다. 타블로는 ‘신발장’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으며 ‘신발장’이 에픽하이다울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타블로는 “이번 앨범은 우리가 늘 하던 것에서 다를 것이 없었다. 예전에 녹음했던 녹음실에서, 1집부터 해준 엔지니어와 함께, 1집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이 피처링을 했다. 모든 방식에 있어서 예전처럼 작업했다. 저번 앨범이 콘셉트 앨범이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차별점이 있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에픽하이답다’는 것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멤버들은 새 앨범 작업을 하며 다이나믹듀오나 빈지노 같은 음악을 하려고 시도는 해 봤다고 밝혔는데, 결국 신나는 음악은 “그 친구들이 특화돼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잘 하는 것은 따로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타블로는 “싸이 형이 예전에 했던 말이 있다. 우리가 신나는 노래를 하는 무대를 보고 뭐라고 하셨냐면, ‘블로야 너네는 전혀 안 행복하고 안 신난 애들이 애써서 행복하고 신나는 척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분명히 신나는 노래를 하고 있는데도 짠하다. 그냥 마음 속에 있는 그대로 해라’라고 말을 하셨다”며, “그래서 그렇게 했다가 ‘헤픈엔딩’, ‘스포일러’, ‘본 헤이터’ 이런 곡들이 나왔다”며 웃었다.
에픽하이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꽤 독립적인 그룹이다. 특히 앞서 양현석 대표는 이번 앨범 작업은 YG 녹음실을 쓰지 못하게 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에픽하이가 YG에 물들지 않은 개성 있는 음악을 하기 바랐기 때문이었다.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 작업에 YG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내심 섭섭한 면도 있었다고 고백하며 “결과를 보니 이유가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 우리를 예전으로 돌려줬다”고 이해를 했다.
 
에픽하이의 ‘신발장’을 관통하는 것은 응원의 메시지다. 타블로는 “‘행복이 복수’라는 표현이 ‘라이프 이즈 굿(Life is Good)’에 있는데, 그게 앨범의 전체적인 메시지인 것 같다. ‘헤픈엔딩’, ‘스포일러’ 같은 경우도 이별이 있고,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 나에게 시련을 겪게 한 이 사람이 원망스러워도, 그 감정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서 내 인생을 좋게 만들 생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결국 바보 짓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 헤이터’ 같은 경우에도 누가 공격을 하고 욕하고 당신을 피곤하게 해도 그 사람들에게 복수심을 품지 말고 그냥 행복하게 살아라, 그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다. ‘라이프 이즈 굿’에 ‘웃는 내 가족의 모습이 적의 피눈물보다 보기 좋다’라는 가사가 있다. 이런 마인드로 모든 주제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에픽하이 멤버들은 이번 앨범으로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했다. 멤버들은 함께 작업한 가수들 중 빅뱅 태양을 꼽으며 “긍정의 끝이다. 태양 자체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존재인데 태양이 실제로 그렇다”며, “듣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이 있다. 태양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기 때문에 태양이 우리 앨범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끝으로 에픽하이는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행운인 것 같다. 나도 진심으로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멘붕상태”라며,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잘 하는 것보다 못 하는 것이 훨씬 많다. 음악적으로, 창작적으로, 비주얼적으로. 모든 면에서 우리가 못 하는 면이 훨씬 많은데, 못하는 것들이 하나로 모이다 보니까 오히려 모여서 이게 이상하게 장점이 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에픽하이는 “우리의 노래들이 여백의 미가 많다. 기교스럽지 않고, 그런 게 우리가 절제력이 좋거나, 노련함과 연륜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렇게 기교를 부릴 정도의 기술이 없어서다. 가사도 트렌디한 스웨그나 일상적으로 캐치한 단어들을 못 쓰는 이유가 우리가 그런 표현들을 몰라서다”라며 겸손 아닌 겸손을 보였다.
 
한편, 에픽하이는 활발한 국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며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5년만의 단독콘서트 ‘퍼레이드(PARADE)2014’를 개최한다.
sara326@osen.co.kr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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