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박해일, 술자리 대화도 잊지 않았던 의리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0.27 17: 38

영화 '나의 독재자'(이해준 감독)에서는 배우 설경구와 박해일이 부자(父子) 지간으로 나온다. '과연 둘이 아버지-아들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게 하지만, 영화 속 두 사람은 진한 애증의 부자 관계를 잘 표현해준다. 특히 아들 역 박해일이 이 프로젝트의 근간이 됐음이 연출을 맡은 이해준 감독을 통해 알려졌다. 
이해준 감독은 27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박해일이 아들 역이라 걱정되긴 했다. 설경구 씨와 영화를 같이 하기로 한 자리에서 악수를 했는데 손이 진짜 크더라. 그 손에 내 손이 잡히는 순간,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제가 아버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손'이다"라고 말했다.
"저희 집이 제사를 1년에도 몇 번 지낸다. 내겐 아버지가 새벽에 어린 아들을 깨워서 찬 바람에 아들의 손을 잡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경험과 기억이 있다. 그 손이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이미지다. 설경구 씨와 '탁' 악수하는 순간, 이 두툼한 손에서부터 시작을 해보자, 뭔가 여기서부터 찾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경구의 손'으로부터 영화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영화에서 중년부터 노년까지, 시간을 뛰어넘는 아버지 역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이해준 감독은 "분장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이래나 저래나 연기만한 분장이 없다고. 연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분장이 아무 소용이 없다"라며 설경구의 연기를 돌려 평했다. 이런 설경구를 빛나게 하는 데는 아들 역 박해일의 역할도 크다.
이해준 감독은 "3,4년전에 촬영감독과 술을 많이 먹은 후 김치찌개집에 갔다. 그 자리에 박해일이 있더라. 친한 관계도 아닌데, 합석을 하게 됐다"라며 "박해일이 내게 무슨 이야기를 준비하냐고 물었고, 나는 '아버지-아들' 얘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뜸 자기는 그 중 뭐냐며 '나 아버지야?'라고 하더라. 그래서 '만약에 한다면 아들일텐데'라고 말했었다. 그랬더니 '몸 만들고 있을게'라고 하더라. 술이 취해서 다 농담처럼, 까먹을 얘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1년 후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작 새벽 1시에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동네 호프 집에서 만났는데 '시나리오가 언제 나오냐'고 묻더라. 그래서 '아 이 배우가 속이 단단하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 때부터 영화가 그 사이에 부침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박해일이 단단하게 지켜줬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해일 씨가 아니였다면 진작에 엎어졌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다"라며 "여기에는 설경구 씨도 동의를 한다. 박해일이 아니였다면 안 됐다"라고 '나의 독재자' 프로젝트의 근간에 박해일이 있었음을 알렸다.
덧붙여 "보통 어떤 배우가 단정적인 연기든 웃긴 연기든 하면 그걸 받아주는 리액션이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설경구 씨의 연기를 완성시켜준 역할에는 박해일 씨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라고 연기자로서 박해일의 자질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한편 '나의 독재자'는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휴먼드라마다. 설경구, 박해일, 윤제문, 이병준, 류혜영 등 출연,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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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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