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9)이 넥센 히어로즈의 진짜 영웅이 되기까지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윤석민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프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지던 6회말 1사 2, 3루에 정찬헌을 상대로 우측 폴대 안쪽으로 들어가는 역전 3점홈런을 터뜨렸다. 팀이 6-3으로 승리해 윤석민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포스트시즌 무대에 선 것은 두산에 몸담고 있던 201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윤석민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9타수 6안타(타율 .316) 1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다. 팀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지만 윤석민은 중심타자로 제 몫을 해냈다.

이번에는 주전이 아닌 대타였지만, 짧은 기회에도 장점은 확실히 보여줬다. 윤석민의 장타력을 믿은 넥센은 윤석민 앞 타석에 번트를 위한 대타 카드(서동욱)을 쓸 만큼 윤석민을 신뢰했다. 서동욱을 기용해 주자를 보내고, 윤석민으로 해결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런 벤치의 구상이 적중했다. 윤석민은 홈런을 친 뒤 수비에 들어가지도 않고 포수 허도환과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지만, 임팩트만큼은 이날 경기에 나선 양 팀 선수들 가운데 최고였다. 흐름과 결과를 모두 바꾼 결정적 한 방이었다.
사실 윤석민에게 지난 시즌은 아픔이었다. 1군에서 21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고, 11월에는 넥센 외야수 장민석과 맞트레이드됐다. 당시 넥센이 이득을 본 트레이드였다는 평이 많았는데, 윤석민은 그런 세간의 평가를 넥센에 와서 그대로 입증했다.
올해 정규시즌 99경기 성적은 타율 2할6푼7리에 10홈런 43타점. 풀타임 주전으로 100경기 이상 출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 자릿수 홈런으로 윤석민은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한 방을 갖춘 대타 카드로 염경엽 감독의 주목을 받았다.
염 감독이 준비한 회심의 가을 카드 윤석민은 벤치의 믿음을 현실로 바꿨다. 방망이에 실린 타구가 우측 폴대 안쪽으로 넘어간 순간 넥센 벤치와 팬들의 걱정, 윤석민의 설움도 모두 날아갔다. 팀을 옮겨 가을 영웅으로 떠오르기까지, 윤석민은 1년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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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