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괴력이다. 부진한 성적으로 퇴출론까지 나왔던 LG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2)가 포스트시즌 들어 펄펄 날고 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스나이더의 장타력은 하나의 위안이었다. 내년 재계약에도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스나이더는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6번 중견수로 출전,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그 1안타가 바로 스나이더의 장타력을 실감할 수 있는 큰 홈런이었다. 엄청난 힘이었다. 비록 팀은 3-6으로 졌지만 스나이더의 괴력은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나이더는 2-1로 앞선 4회 선두타자로 나서 넥센 선발 핸리 소사의 초구 슬라이더(138㎞)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고 어디까지 가느냐가 문제였다. 결국 목동구장의 그물을 맞고 떨어졌다. 공식 비거리는 125m였지만 그 이상의 비거리가 나왔어도 납득할 만한 큰 타구였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던 스나이더였다. 조시 벨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 입단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팀이 역전 4강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공헌도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올 시즌 성적은 37경기에서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에 그쳤다. 퇴출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었다. 이런 스나이더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합류하자 의문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다르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차전 홈런을 비롯, 4경기에서 타율 4할6푼7리, 3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6할6푼7리, 출루율은 5할7푼9리에 이르렀다. 출루율만 놓고 보면 최경철(.588)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확실히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로 탈바꿈해 있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괴력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확실한 히든카드로 발돋움했다.
스스로는 렌즈를 바꾼 뒤 공을 보는 시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결국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재계약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이유다. 한편 포스트시즌에서도 LG 선수 중 가장 강한 힘을 보유한 선수 중 하나인 만큼 향후 ‘큰 것’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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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