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는 도대체 몇개인가.
넥센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3으로 뒤진 6회 상대를 거세게 몰아쳐 6-3으로 역전했다. 그리고 불펜진을 풀가동해 승리를 지키고 플레이오프 첫 걸음을 가뿐히 시작했다.
이날 넥센 공격의 백미는 6회였다. 초반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1-3으로 끌려갔다. 첫 타자 강정호가 상대 선발 우규민의 발끝을 맞고 튕기는 내야안타로 1루를 밟으면서 기회를 잡았다. 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찾아온 귀중한 기회였다.

염 감독은 잘 던지던 우규민이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강판한 유리한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다음타자 김민성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이성열이 우전안타로 한 점을 추격하고 1,2루 찬스가 이어졌다. 여기에서 대타 서동욱을 내보내 상대의 현란한 번트시프트를 뚫고 투수 옆에 안착시켜 주자들을 진루시켰다.
이어 또 다시 대타 김민성을 내보내 역전 스리런홈런을 만들어냈다. 플레이오프 준비기간에 특타만 1만개를 시키며 전문대타 요원감으로 조련을 해놓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비수처럼 상대를 몰아쳤다. 염 감독은 여기에서 두 번의 대타카드를 모두 적중시켜 단숨에 역전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염 감독은 1차전 선발투수로 헨리 소사를 내세운 것도 히든카드였다. 20승 에이스 밴헤켄을 2차전에 내정한 것은 한국시리즈까지 염두에 둔 카드였을 것이다. 소사의 어깨 회복력까지 계산했다. 대신 1차전에서 가용전력을 총동원해 경기를 잡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설령 소사가 조기에 강판하더라도 불펜투수들을 조기에 가동시킬 생각을 했다. 결국 소사가 5회 도중에 내려가자 1사 1,3루에서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한 점을 주더라도 3점차라면 공격력으로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조상우는 병살로 엮어내고 위기를 넘겼고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8회 손승락 카드도 깜짝카드였다. 손승락의 기용법에 관련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발투수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조상우가 조기에 등판할 경우를 대비한 카드로 보인다. 소방수로 낙점한 한현희까지 막아주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염 감독은 손승락이 1사후 몸에 맞는 볼을 내주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진정시켰고 병살로 위기를 넘겼다. 손승락은 9회 2사까지 막고 한현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현희는 마지막 타자를 내야땅볼로 처리하고 경기를 매조졌다.
물론 이날 염경엽 감독이 갖고 있는 카드는 모두 적중한 것은 아니었다. 3회 번트 100% 수비시프트가 보기좋게 깨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에서 내놓은 히든카드는 역전승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야구는 항상 마음대로 굴러가지는 않고 결과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 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감독의 임무이다. 어쩌면 이것이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고 결국 이기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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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