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다신 허재 감독, “길렌워터 몰라봤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28 07: 14

“득점력은 원래 좋았어. 근데 살이 쪄서 열심히 안 뛰더라고.”
농구인들은 올 시즌 최고 외인으로 주저 없이 트로이 길렌워터를 꼽는다. 평균 25점으로 득점 1위에 오른 길렌워터는 ‘파워농구’로 KBL을 장악하고 있다. 경기당 26분만 뛰고 있음에도 리바운드가 8.4개다. 무지막지하게 치고 들어가 자유투까지 잘 얻는다. 길렌워터의 자유투 성공률은 82.6%에 달한다. 38개의 자유투 성공으로 압도적 리그 1위다. 현재까지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길렌워터는 27일 KCC전에서도 19점, 12리바운드로 하승진(6점, 7리바운드)을 압도했다. 자신보다 22cm가 더 큰 상대를 철벽봉쇄했다. 길렌워터는 125kg에 달하는 육중한 체구로 자신보다 큰 하승진을 페인트존 바깥으로 밀어냈다. 오리온스는 81-58로 대승을 거둬 8연승을 달렸다.

이런 길렌워터가 왜 2라운드에 선발됐을까. 다른 구단은 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허재 감독은 “올해 재계약을 많이 해서 (새 얼굴을) 알짜만 뽑아갔다고. 2라운드 선수도 잘하잖아. 득점력이 있는 애야. 확실히 좋네. 그런데 3점이 약해. 라스베가스에서 뚱뚱한 게 열심히 안했거든”이라고 평가했다. 길렌워터의 명성은 들었지만, 안정성을 고려해 기존 선수와 재계약한 구단이 많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살이 찐 몸 상태를 보고 길렌워터의 성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길렌워터는 한국에 와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이제는 상대수비수를 깨부수는 ‘탱크’같은 몸이 최고 무기가 됐다. 허 감독은 “흑인 백 명들 사이에 있으니까 몰라봤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저 놈 몸 진짜 좋네’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우리 용병이 젤 왜소해. 죽도 못 얻어먹게 생겼어”라며 입맛을 다셨다.
허재 감독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길렌워터의 에이전트는 이상민 감독에게 길렌워터를 뽑으라고 적극 추천했었다고. 하지만 삼성이 전체 1순위가 걸리면서 이름값이 가장 높았던 리오 라이온스를 뽑았다. 결과적으로 라이온스가 외곽으로 겉돌면서 아쉬운 선택이 됐다.
만약 길렌워터가 삼성에 갔다면 현재 센터부재로 고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울러 오리온스의 돌풍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길렌워터 한 명이 KBL에 미치는 나비효과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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