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부제 의궤살인사건·극본 윤선주·연출 김형식)이 11회 만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부왕인 한석규가 맹의에 수결한 사실을 알고 절규하는 이제훈의 모습은 앞으로 불어 닥칠 파란을 예고하며 극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 27일 방송된 ‘비밀의 문’ 11회에는 맹의를 손에 얻겠다고 선언하는 이선(이제훈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맹의란 노론의 비밀 조직 대일통회맹의 결의문으로, 영조(한석규 분)가 왕이 되기 전인 연잉군 시절 형 경종을 왕좌에서 밀어내고자 노론의 영수인 김택(김창완 분)과 결탁해 노론세력과 힘을 합치겠다고 서약한 비밀문서.
이날 이선은 스승 박문수(이원종 분)에게 나철주(김민종 분)가 건넸다는 문서를 가져오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박문수의 수중에 이미 문서는 없었다. 앞서 이선을 구하기 위해 맹의를 김택에게 건네고 진범과 바꿨기 때문. 이선은 스승이 진실을 묻었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낸 후, 맹의를 손에 넣어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박문수는 이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만류했지만, 이선은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입니까. 맹의에 수결하고 택군을 결의한 사건. 그 사건에 부왕조차 연루된 것입니까”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선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택을 흔들며 영조를 시험했다. 이선은 소론의 동참을 영리하게 이끌어내며 판을 키웠다.
이선은 김택을 파직하라는 분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 영조를 찾아 “영상 김택을 파직하는 일은 소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며 비답을 구했다. 김택은 갑진년 영조가 등극한 날부터 총애받던 신하이기 때문에 자신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영조는 “필요한 신하를 쓰는 것이 이 아비의 정치라고 하지 않았더냐”고 운을 떼며 노론의 영수인 영조에게 반감을 심어주면 잉선에게도 좋을 게 없으니 실권 없는 명예직을 주라고 조언했다.
이로써 영의정에서 면직되고 관복 입은 허수아비 신세가 된 김택. 김택과 이선의 정치싸움은 이선의 승리로 보였지만, 김택은 만만치 않은 역공을 펼치며 이선을 압박했다. 맹의에 수결된 호 ‘죽파’가 영조임을 암시하는 힌트를 보내 이선을 절망에 빠트린 것. 그리고 그 사이 영조는 감히 자신을 시험한 이선을 향해 칼을 갈아 긴장감을 높였다. 영조는 “김택을 디딤돌 삼아 과인을 시험하려고 들었어. 문제를 받았으니 답은 줘야겠지”라고 섬뜩하게 말해 피바람을 예고했다.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와 백성들을 위한 공평한 세상을 꿈꾸는 세자 이선의 갈등이야기에 궁중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재해석한 작품. 조선시대 사도세자와 영조의 비극적인 역사적 관계를 모티브로 한 만큼 이제훈과 한석규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날 방송에는 그동안 답답하게 가려졌던 맹의를 둘러싼 비밀이 빠르게 밝혀지며 갈등을 극대화해 긴장감을 높였다. 이제 갈등과 대결구도가 명확하게 정리된 셈. 여기에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호연이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시청률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비밀의 문’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