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우승 위해서라면' 손승락, "선발도 중간도 OK"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10.28 06: 20

마무리는 투수 보직 가운데 가장 화려한 꽃, 장미 같은 존재다.
언뜻 보면 고작 한 이닝 막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9회를 막는 투수가 있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게 해주고 상대팀이 추격을 포기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들에게는 '장미의 가시'처럼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보직 파괴다. 분업화된 현대 야구에서 마무리는 웬만하면 세이브 요건이 보장되는 9회에 나가 팀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손승락(32)이 팀을 위해 과감하게 그 보호막을 벗어던졌다.

넥센은 순위가 어느 정도 정해진 지난달부터 포스트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특히 염경엽 감독은 선발진 구상에 고민이 많았다. 단기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선발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데 외국인 원투 펀치를 빼면 토종 선발의 존재감이 약했다.
결국 염 감독이 고른 것은 손승락 카드. 손승락에게 "팀을 위해서"라고 설득하자 그는 수락했다. 손승락은 염 감독의 계획이 기사화된 뒤 "내가 2005년에 입단했는데 팀이 2004년에 우승하고 그 뒤로 못했다. 그만큼 나에게도 절실한 것이 우승이다. 팀이 우승을 하기 위해서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내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를 선발로 내세우려 했던 NC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다른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염 감독은 지난 27일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이 5-3으로 앞선 8회 마운드를 그에게 맡겼다. 손승락은 9회 2사까지 던진 뒤 세이브를 눈앞에 두고 한현희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팀이 6-3으로 이기면서 그는 포스트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박수를 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 팀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빛나는 선수들도 있어야 하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선수들도 필요하다. 이날 손승락의 1⅔이닝 무실점 피칭이 그랬다. 화려한 마무리의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중간 투수로 나선 손승락이지만, 팀을 위해 던지는 그의 어깨는 충분히 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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