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0 월드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2012 시즌에도 패권을 차지하고 올해 역시 월드시리즈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3승 2패로 앞서 있다. 남은 2경기는 캔자스시티 원정이지만 1승만 추가하면 짝수 해 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새 전통이 이어진다.
이 ‘짝수 해 왕조’를 건설하는 데 있어 5년간 가장 중심이 됐던 인물은 포수인 버스터 포지(27)다. 풀타임 첫 시즌인 2010년에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른 포지는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2년 뒤인 2012년에는 MVP에 오르며 다시 팀도 정상에 올렸다. 올해도 포지는 타율 3할1푼1리, 22홈런 8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고, 월드시리즈에서도 홈플레이트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가을에는 명성만큼 뛰어난 방망이를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포지는 통산 포스트시즌 46경기에서 타율 2할5푼4리, 4홈런 21타점으로 정규시즌에 비해 조금은 약한 모습이다.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한 경험도 아직은 없다.

반면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25)는 가을이 되면 더욱 강해진다. 정규시즌 통산 151경기(148선발)에서 67승 49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한 범가너는 포스트시즌 통산 13경기(12선발) 7승 3패, 평균자책점 2.27로 더 좋다. 확실한 가을사나이다. 올해는 챔피언십시리즈 MVP도 가져갔다.
특히 올해의 분전은 역대 최고의 가을사나이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완봉승으로 기세를 올린 범가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5차전 완봉승을 거둔 것을 포함 2경기 16이닝 무실점으로 파죽지세다.
혼자 책임진 이닝을 보면 범가너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새삼 알 수 있다. 범가너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47⅔이닝을 던져 이번 가을 최다 이닝 투수다. 2위인 제임스 실즈(캔자스시티)의 25이닝도 결코 적은 것이 아니나 선두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범가너는 중요한 경기가 될수록 난공불락의 좌완이 된다. 범가너의 월드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은 0.29(31이닝 1실점)인데, 0.29라는 평균자책점은 역대 월드시리즈 통산 가장 좋은 기록이다. 또한 4경기에 등판해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모두 승리를 챙겼다.
이런 특급 좌완이 있어 샌프란시스코는 캔자스시티에 3승 2패로 앞서 있다. 3승 중 2승은 범가너가 만들어준 승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선발투수로서 임무는 모두 끝났지만, 샌프란시스코가 또 우승을 차지한다면 챔피언십시리즈에 이어 MVP는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0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행보를 흔히 ‘포지의 5년’이라 하지만, 적어도 가을에 한해서는 ‘범가너의 5년’이라 칭해도 무리는 없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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