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성적표의 점수 차이도 커진다. 투수들의 도합 성적표는 상징적이다. 일본이 계속해서 입지를 확장시키는 것에 비해 한국은 답보 상태다. 내년에는 이 차이가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인 투수들의 맏형격인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는 지난 9월 20일(이하 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3실점(2자책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 승리는 구로다의 시즌 11번째 승리일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일본인 투수 전체의 63번째 승리이기도 했다.
63번째 승리는 의미가 깊다. 일본인 투수들의 한 시즌 최다승 합작은 2002년으로 62승이었다. 노모 히데오(LA 다저스, 당시 소속팀)가 16승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이시이 가즈히사(LA 다저스, 14승), 오카 도모카즈(몬트리올, 13승), 하세가와 시게토시(시애틀, 8승), 사사키 가즈히로(시애틀, 4승), 요시이 마사토(몬트리올, 4승), 이라부 히데키(텍사스, 3승)가 이 기록을 합작했다. 그런데 올해 당시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점점 거세지는 일본 투수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후 불펜 요원인 타자와 준이치(보스턴), 부상에서 복귀한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와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가 1승씩을 더 추가하며 올 시즌 일본인 투수들의 도합 최고 승수는 66승이 됐다. 일본에서는 이 기록에 큰 의미를 두면서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고 있다. 마에다 겐타(히로시마), 가네코 치히로(오릭스) 등이 MLB 진출을 고려 중인 점도 있다.
구로다를 비롯, 다나카, 이와쿠마, 다르빗슈 유(텍사스)까지 총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등 당시보다 기록의 질도 좋아졌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이 기록이 더 나아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이와쿠마는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고 다르빗슈는 팔꿈치 통증으로 일찌감치 휴식에 들어갔다. 팔꿈치 부상을 입었던 다나카는 두 달 정도를 쉬다 22일 복귀전을 가졌다.
반면 한국은 투수 빅리거 자체가 류현진(LA 다저스) 하나뿐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승수(14승)가 한국인 투수 전체의 승수와 같다. 물론 MLB에 진출해 있는 투수들의 수를 고려했을 때 비교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다만 일본은 계속해서 승수가 뛰는 것에 비해, 우리는 몇 년째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은 비교할 수 있다. 발전의 속도에서도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달라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류현진은 부상만 없다면 두 자릿수 승수와 함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윤석민(볼티모어)이 MLB에 데뷔한다면 승수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김광현(SK)도 올 시즌을 마치고 MLB에 진출할 확률이 높다. 29일 공식저으로 포스팅 절차 돌입을 선언한다. 세 선수가 안정적으로 MLB 무대에서 활약한다면 후배들에게도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답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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