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생각해보니 좋은 징조인 것 같다”
행사장을 수소문하러 다니느라 진땀을 뺐던 SK의 한 구단 관계자는 “차라리 좋은 징조”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9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해외진출을 선언할 김광현(26, SK)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미신이지만 김광현이 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해외에 나가 좋은 활약을 보였으면 하는 SK의 바람도 담겨있었다.
김광현은 29일 오후 2시 SK텔레콤 본사에서 해외진출을 위한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선언을 공식화한다. 해외진출의 첫 걸음을 내딛는 셈이다. 올해 포스팅시스템에 응시할 수 있는 FA 자격연차 7년을 채운 김광현은 미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대한 강한 도전 의사를 밝혀왔으며 올 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MLB 스카우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포스팅 금액이 관건일 뿐, 해외진출 가능성 자체는 매우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SK는 팀 창단 이후 최고 스타로 발돋움한 김광현의 해외진출에 대해 좋은 모양새를 갖춰주고 싶었다. 김광현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해외진출 자격을 얻자 곧바로 기자회견 준비에 들어갔다. 기자회견 전 상영할 영상도 구단 자체에서 제작하기보다는 외부에 용역을 맡기는 등 공을 들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그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선수 중 김광현만큼 배려를 받는 선수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이 순탄하게 마련된 것은 아니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SK는 김광현의 배번을 고려해 29일을 적기로 봤다. 29일은 일정상 플레이오프 이동일이라 포스트시즌 분위기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있었다. 다만 김광현이 29일 개인 사정이 있어 이 계획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신 원래 일정상 준플레이오프 이동일이었던 21일을 낙점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김용희 감독 취임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감독 이슈가 있는 날 선수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잡은 날짜가 28일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28일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할 계획을 세우고 언론에 공지할 준비까지 다 했다. 하지만 또 일정을 바꿔야 할 일이 생겼다. 25일 오후 한화가 김성근 감독 선임을 발표했고 28일 오후 3시에 취임식을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간대가 겹치지는 않지만 이슈가 겹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때 팀을 이끌었던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드높았다.
결국 SK는 고심 끝에 26일 다시 행사일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11월 1일 포스팅 절차가 시작되는 만큼 더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고 30일과 31일은 플레이오프 일정이 잡혀 있어 29일로 날짜를 잡았다. 다행히 김광현이 개인 일정을 미룰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일정 조절이 탄력을 받았다. 급히 잡는 것이라 원래 예정했던 오전 10시에 하기에는 장소가 마땅치 않았지만 다행히 오후 2시에 자리가 비어있었다.
SK의 한 관계자는 “김광현의 배번이 29번인데 29일에 행사를 진행하게 돼 구단에서는 차라리 좋은 징조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구단 분위기를 전했다. 김광현은 이날 해외진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상사하게 털어놓을 예정이다. 한편 SK 구단에서도 추진 배경과 앞으로의 지원 절차 등 전반적인 내용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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