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요지경’ 혼돈의 프로야구 오프시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28 06: 20

갈수록 뭔가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요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오프시즌이 그렇다. 축제가 되어야 할 포스트시즌이 한창이지만 오히려 썩 유쾌하지 않은 다른 이슈가 가을을 잠식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오프시즌은 유례없는 혼돈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의 감독들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였던 점에서 어느 정도의 혼란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프시즌이 원활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그 혼란은 예상보다 더 큰 모습이다. 각 팀들이 감독 선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이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이지만 포스트시즌 분위기가 완전히 묻혔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희 감독을 선임한 SK, 송일수 감독을 경질하고 김태형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힌 두산은 비교적 이 폭풍우를 잘 빠져나간 축에 속한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을 적잖은 홍역을 겪고 있다. 최근 5시즌 중 4시즌 동안이나 최하위에 머문 한화는 감독 선임을 두고 팬들의 큰 압박을 받았다.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라는 릴레이 청원이 이어졌고 본사 앞에서는 1인 시위도 있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가까스로 성난 팬심을 끈 상태지만 결정권이 없는 구단 직원들까지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KIA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로 임기가 끝난 선동렬 감독에게 2년 재계약을 제시한 KIA 역시 팬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결국 선동렬 감독이 엿새 만에 자진사퇴하는 초유의 해프닝이 있었다. 선 감독은 가족들에게까지 악성 문자가 오는 등 일련의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초 계획이 틀어진 KIA는 새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역시 머리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감독 선임을 하지 않은 팀 중에서는 그나마 잠잠했던 롯데는 선수단과 프런트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대미를 장식할 기세다. 김시진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진사퇴한 롯데는 최근 감독 후보군을 추리고 마지막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수단과 구단이 정면충돌한 것으로 알려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곳으로 모여 가도 벅찬 마당에 싸움이 일어났으니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롯데 선수들은 27일 밤 긴급회동을 갖고 선수들 사이를 이간질시키며 또한 구단 운영에서 독단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문한 부장을 직격했다. 선수단은 “이문한 부장이 오고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되었다”고 밝힌 선수단은 “이번 일이 벌어지고 선수들을 따로따로 불러서 이간질을 시키고 하나로 뭉쳐야 될 시기에 선수단을 와해시키기까지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롯데는 27일 오전 선수단이 공필성 감독의 선임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의 보도가 나오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프런트에 직접적으로 날을 세웠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는 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당장 선수단의 성명서에 실명이 거론된 이문한 부장을 비롯, 배재후 단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화와 KIA로부터 시작된 오프시즌 풍파가 이제 쓰나미로 발전해 롯데에 불어닥친 모양새인 것이다. KIA와 롯데의 고민이 더 커진 가운데 팬들은 이런 점입가경 오프시즌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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