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감독으로 1군 무대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의 첫 시즌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장 우승을 노릴 전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성적 향상은 당연시여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물론 확실한 실적이 있기에 헛된 기대감은 아니다. 2007년 SK의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년간의 야인 생활을 마치고 한화와 전격 계약한 김 감독은 표면적으로 자신의 지도자 경력에서 가장 확실히 빛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하위권 팀의 체질을 개선해 급격한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물론 드러난 몇몇 부작용을 못마땅해 하는 시선도 일부 존재하나 ‘성적’만 놓고 보면 가장 확실한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를 비롯, 5시즌 중 4시즌에서나 꼴찌의 수모를 당한 한화의 상황에서 김 감독의 이런 업적은 큰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다. 실제 김 감독은 전 소속팀이었던 SK에서 첫 시즌 만에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감독으로 등극했다. 전 시즌 6위였던 SK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며 자신의 지도자 경력에 첫 우승 트로피를 새겨 넣었다.

2007년 당시 SK의 전력이 우승후보로 손꼽힐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 곳곳에 구멍이 있었다. 확실한 선발이 없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두 외국인 선수(레이번, 로마노)와 채병룡 정도가 붙박이었고 나머지는 선발과 불펜을 오고갔다. 김광현은 아직 신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 투수들을 로테이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돌려막기하며 한 시즌을 버틴 셈이다. 자연히 불펜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김 감독의 특유의 불펜 운영 방식이 효율적으로 먹히며 ‘벌떼야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냈다.
야수진에는 경쟁을 중시했다. 박재홍 이진영이라는 기존 자원들 외에도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외야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내야에서는 최정을 3루에 고정시켰고 상무에서 제대한 박정권이 중용하기 시작했다. 1군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포형 선수들이 적은 것은 세밀한 스몰볼 야구로 만회했다. 발 빠르고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대거 중용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김 감독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정신자세와 수비력까지 개선시킨 끝에 결국 대업을 장식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나름 4강권에서 경쟁하던 당시 SK와 5년 중 4년을 머문 한화의 전력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당시 SK의 문제와 현재 한화의 문제가 상당 부분 오버랩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한화 역시 선발진이 힘겨운 상황이며 타선은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 새로운 피의 출현도 더디다.
이런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한 ‘경험’ 있는 김 감독에게 더 큰 기대가 걸리는 이유다. 김 감독도 은연 중 해볼 만하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팀 내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다듬으면 1~2년 뒤에는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계에서도 “한화의 팜이 약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올라오는 타이밍이며 몇몇 팀보다는 더 낫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당장 구단과 팬들의 눈높이도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점진적인 개혁으로 한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첫 시즌 성적이야 큰 압박이 있지는 않을 거으로 보인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뭔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2007년의 SK나 2015년의 한화나 매한가지다. 김성근 감독은 28일 공식 취임식을 시작으로 또 한 번의 개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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