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필승조는 무리인 것인가.
LG 트윈스가 이번 포스트시즌 첫 번째 역전패를 당했다. LG는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서 3-6으로 경기를 내주며 선승에 실패했다. 6회초까지 3-1로 앞서고 있었으나, 선발투수 우규민의 부상 이후 마운드에 오른 불펜투수들의 부진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LG 양상문 감독은 불펜진 운용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양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에 앞서 정찬헌 임정우 유원상 봉중근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겠다고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반적인 불펜 소모가 많지는 않았다. 비교적 효율적으로 잘 운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재웅과 이동현은 많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선 임정우 정찬헌 유원상 봉중근이 많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플레이오프의 키가 될 것이다”며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출장한 신재웅과 이동현의 부담을 다른 투수들이 덜어주는 불펜진 운용을 계획했다.

LG는 정규시즌 불펜진 대부분이 필승조 역할을 했다. 딱히 승리조와 패전조를 나누기 모호할 정도로 좋은 공을 던졌고, 이는 특정 투수의 혹사를 막았다. 양 감독은 플레이오프서도 이점을 활용, 정규시즌 넥센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투수들의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정찬헌이 정규시즌 넥센과 9경기서 평균자책점 3.52를 찍은 것을 비롯해, 임정우가 넥센전 불펜 등판시 평균자책점 0.00, 봉중근도 넥센전 6경기서 평균자책점 0.00으로 맹활약했다. 넥센전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한 유원상을 제외하면 양 감독이 지목한 투수 넷 중 셋이 넥센에 강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정찬헌은 아웃카운트 하나 만을 잡은 채 이성열에게 적시타, 윤석민에게 결승 스리런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유원상도 8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만 올리며 포일과 폭투로 추가 실점했다. 임정우 홀로 1⅓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 양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은 세이브 기회가 없었던 만큼, 등판하지 않았다.
양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투수교체 타이밍을 실수했다. 결정적으로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결과가 됐다. 이게 우리가 패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패인은 자신에게 돌렸다. 이어 “강정호를 상대할 때 빨리 교체했어야 했고, 이후 윤석민 때 빨리 임정우로 갔어야 했다. 신재웅과 이동현은 그 다음 이닝에 투입할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6회말 이미 투구수 100개가 넘은 우규민을 다시 마운드에 올린 것, 그리고 넥센이 대타 윤석민을 냈을 때 정찬헌을 그대로 밀고 나갔던 것을 후회했다.
투수교체 실패가 1차전 패인이 됐으나, 충분히 2차전 반격이 가능하다. 불펜진의 축인 신재웅과 이동현이 1차전을 쉬었기 때문에 2차전에선 언제든 투입될 수 있다. 선발투수 신정락과 신재웅을 붙여 긴 이닝을 맡길 수도 있다. 2차전 후 하루 휴식이 있는 만큼, 1차전보다는 적극적으로 불펜들 돌릴 것으로 보인다.
타선은 여전히 활발하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내내 상대 선발투수를 압도했던 타선은 소사를 상대로도 뜨거운 방망이를 보여줬다. '가을 남자'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 두 번째 홈런포를 터뜨렸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LG 타선과 맞붙은 선발투수 5명(이재학 에릭 찰리 웨버 소사) 중 6이닝을 버틴 투수는 한 명도 없다. 3회 주루미스가 아니었다면 소사는 더 빨리 내려갔을 것이다.
결국 선발투수 신정락이 3, 4회까지만 버텨준다면, 승산이 있다. LG는 다시 한 번 불펜 총력전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이다. 양 감독이 그렸던 최상의 불펜 운용은 아니지만, 지금은 1승 1패로 잠실구장에 가는 것에 집중해야한다.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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