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열린 신해철의 솔로 앨범 '리부트 마이셀프' 청음회는 예상 시간을 훌쩍 넘어 끝이 났다. 그는 노래 한 곡, 한 곡에 담긴 메시지를 상세히 설명했으며, 아직 발표되지도 않았던 넥스트의 신곡을 미리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사람 친화적으로 변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며, 참신해지려는 사람보다 46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모나고 앞서가는' 독설가로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켜왔던 뮤지션으로서는 큰 변화였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일상을 노래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부모님과 살면서, 강아지랑 뛰어놀면서 가족의 품에서 안정되게 음악을 해왔다. 그동안 어떤 탄압 때문에 활동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 하는 말도 들었는데 전혀 아니다. 용돈 하루에 1만원씩 받으며 음악을 잘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선공개곡 '아따'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성공하고, 가족들의 사랑받는 아빠의 삶이 가능한가 과연, 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면서 "마트에서 가격이 조금씩 올라갈 때 그 심정. 삶의 그런 느낌을 생생하게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단 하나의 약속'은 가족에 대한 찬가다. 그는 "내가 다시 러브송을 만들줄은 몰랐는데, 사실 세상의 엄청난 연애 노래들은 베테랑 연애가인 우리에겐 잠깐 스쳐가는 감정일 뿐인 것 아니겠나. 유부남 입장에서는 정말 칼 갈고 영원한 불꽃이 오히려 부부들인 것 같다고 느낀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영원해야하는데, 세상은 이런 우리 감정을 뽕짝으로 보지 않나. 그래서 우리한텐 너네 연애 감정이 웃겨 라는 말을 하고팠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방송 활동으로는 자기 자신을 많이 낮췄다. 그는 tvN 'SNL코리아'에 출연해 '역변'해버린 자신의 외모를 농담거리로 만들고, "과거 막말을 했던 걸 후회한다. 같은 말을 해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음악도 낮췄다. 그는 "내 앨범 타이틀 곡을 서태지가 정해줬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타이틀을 정해준 것이 아니라 쓸 곡이 이것 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많이 둥글어진 자신을 묘사했다. 그는 "예전에는 음악에 열중하느라 주위 사람들을 많이 힘들게 했는데, 이젠 내가 차린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딸이 아홉살, 아들이 일곱살일때 들려주던 이야기를 스무살 때도 들려주고 싶다. 공부든 학교든 돈 못벌어도 좋으니까 아프지만 말아라. 여러분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시대에서 일상으로, 독설에서 훈훈함으로 바뀐 듯했지만 음악적 실험은 계속됐다. '아따'는 노래에 들어가는 모든 사운드를 그가 직접 입으로 녹음한 '엽기적 아카펠라'였다. 그는 "녹음해서 완성하는데 2주 가량 걸렸다. 다른 작업을 할 때는 90시간씩 안자고 버티는 게 특기였는데 아카펠라는 피곤하니 녹음을 할 수 없더라. 체중도 베이스 음을 내기 위해선 불려야 했고 청아한 목소리를 위해선 빼야 했다. 품을 많이 팔았는데 재밌어 해주셔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올하반기 넥스트 유나이티드 앨범을 낼 예정이다. '서태지와 맞붙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그는 넥스트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정기송과 넥스트의 전성기를 함께 이끌었던 드러머 이수용, 베이스 제이드(박종대)와 함께 기타리스트 타미김, 건반에 김구호와 장기순, 트윈보컬 이현섭까지 멤버를 재정비하고, 넥스트의 화려한 컴백을 준비했다.
그는 이번 활동에서 유독 팬들의 참여를 중시했다. 솔로앨범 발매를 앞두고는 타이틀곡을 직접 정해달라며 투표를 진행했고, 넥스트의 선공개곡 ‘아이 원트 잇 올(I WANT IT ALL)’은 노래를 먼저 공개한 후 콘서트에서 관객이 이 곡의 후렴부분을 따라부르게 하고 그 소리를 넣어 노래를 완성할 계획이었다.
그는 또 서태지의 9집 수록곡 '90's 아이콘'에 김종서, 이승환과 함께 참여, 올해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 중인 90년대 아이콘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넥스트의 컴백과 MC로 합류한 JTBC '속사정쌀롱' 첫 방송을 코앞에 두고 지난 27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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