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러스트보이' 함장식, "해외진출, '꿀 빨러 간다'식 마인드 안 통해"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4.10.28 11: 38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보면 이승엽, 이동국 등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뻬어난 활약을 하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e스포츠에서는 30대 프로게이머는 이제 임재덕 하나 뿐일 정도로 선수 생명이 짧다.
그나마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LOL e스포츠는 선수 수명이 2~3년에 불과할 정도다. 여기다가 팬들의 일희일비가 지나치게 강해 한 번 슬럼프에 빠진 선수는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런 각박한 현실 속에서 멋지게 재기한 선수가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는 LOL e스포츠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이는 바로 팀솔로미드(이하 TSM)를 최고의 무대인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로 끌어올린 '러스트보이' 함장식이다.

TSM은 북미 지역서 유일하게 롤드컵 4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상징적인 팀으로 이번 롤드컵 최고 인기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 정규시즌 성적을 보면 신통치 않았다. 정규시즌 성적은 13승 10패로 포스트시즌도 겨우 턱걸이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리그서도 정상급 서포터로 통했던 함장식의 그간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타고난 게임센스로 TSM에게 귀한 반전 드라마를 선사했다. 절대 열세로 예측됐던 C9과 북미 LCS 서머시즌 결승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멋진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롤드컵서도 함장식의 활약은 눈부셨다. 짝꿍인 '와일드터틀' 제이슨 트랜과 찰떡궁합을 보여주면서 TSM의 8강행을 이끌기도 했다. 아쉽게 첫 롤드컵 경험이 8강에서 멈췄지만 그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나선 롤드컵에 대해 그는 "8강이라는 성적 자체가 TSM 구단 차원에서는 최고 성적이고 애초에 롤드컵 진출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출발해 이룬 성적이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다. 하지만 스크림 성적을 바탕으로 했을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해도 될 것 같다"라고 오히려 차기 시즌을 기대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내비췄다.
CJ 블레이즈와 결별 한 후 잠시 진로 고민을 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북미행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함장식은 "한국에서는 정황을 잘 모르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선수를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흔한 것 같았다"면서 "이런 현상에 회의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은 상황서 좋은 기회가 왔을 뿐이었고, 난 그걸 잡았을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참 좋은 기회를 잡았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팀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함장식의 이야기는 멈추질 않았다. 팀의 간판스타라고 할 수 있는 '비역슨'부터 포지션 파트너 '와일드터틀'. 나이는 그보다 두살 많지만 친구인 '로코도코' 최윤섭, 팀의 대표인 '레지날드'까지 지난 7월 합류 이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팀에 합류하고 얼마 안 있어서 북미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가 끝나고 비역슨이 제 쪽으로 다가와 크게 안아줬을때가 가장 행복했다. 재미있었던 기억은  한국에 전지훈련을 왔을때 다들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와일드터틀이 "저기요" 라는 말에 꽂혀서 수시로 "저기요" 라고 하고 다녔는데, 어느 날에는 길거리 한복판에 큰 소리로 "저기요! 저기요!" 하는 바람에 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희를 쳐다봤던 기억이 있다.
레지날드는 한국에서는 개그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장난끼도 많지만 굉장히 신념이 강하고 똑똑한 사람이고 게임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굳이 팀 연습을 하나씩 다 챙겨보고 팀원들을 코칭하는 편이다. 또한 팀에 대한 애정도 커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주는데 이런 팀 오너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게 신기한 경험이었다."
언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함장식은 "소통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때는 직접 말로 소통하기보다는 채팅으로 하는게 정확하고 잘 통하기 때문에 채팅으로 경기 리뷰를 하는 편이다.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하고 코치인 로코도코를 통해서 대화를 해 큰 어려움은 없다"라며 팀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바람이 불고 있는 LOL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 묻자 함장식은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결국 기본 피지컬이 타고난 선수가 아니라면 롤이 팀 게임인 이상 선수들간의 소통, 팀워크 차이로 게임이 판가름나기 때문에 그 나라의 말과 문화에 적응할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특히나 소위 말하는 "꿀 빨러 간다" 식의 마인드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게이머로써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모든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을 준비를 하고 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진지한 프로의 자세를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함장식은 "얼마전 한 매체를 통해 한국 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했는데, 8강 일정으로 한국에 와서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 응원을 받았다. 그래서 너무 짧은 생각으로 섣불리 말한것 같아 죄송스럽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커뮤니티 문화가 건강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선수의 개인 플레이나 틀린 선택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그 선수의 노력, 재능을 의심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에서 미국까지 응원해주고 계시는 모든 팬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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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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