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위에서 싸운다” 김성근 출사표 던졌다(일문일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28 15: 48

한화에 김성근(72) 시대가 열렸다. 김성근 신임 한화 감독이 공식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취임에 대한 기쁨보다는 한화의 개혁 의지에 대한 말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며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28일 오후 3시 대전구장에서 공식 취임식 행사를 가졌다. 정승진 사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 선수단, 취재진과 몇몇 팬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 감독은 취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단에 강한 개혁 메시지를 전달했다.
“역시 야구장이 좋다. 마음 속으로부터 식었던 열정이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김 감독은 "승부라고 하는 것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 개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를 안 할 것이다.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고 안 따라오면 같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011년 말 SK를 떠난 뒤 약 3년여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은 취임식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한화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드러냈다. 기술적 개조는 물론 정신적 개조도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웃으며 악수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 밖에서 본 한화의 전력은 어떤가?
- 취임해서 며칠 안 됐다. 바깥에서 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수비가 아닌가 싶은데 이 점이 몇 년째 한화에서는 문제점이 아닌가 싶다. 이번 캠프에서 제대로 하느냐에 사활이 걸려 있지 않나 싶다. 내일부터 캠프에서도 수비는 연습의 반 이상을 하지 않나 싶다.
▲ 3년 만에 프로야구에 돌아왔는데 소감?
- 우선 이번에는 감독이 된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구단에서 불러주시고 팬들이 밀어주시는 바람에 야구장에 돌아올 기회가 생겼다. 얼떨결하다고 그럴까, 걱정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랜 기간 감독을 해서 그런 건지 하루하루가 긴장감 속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서 이제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은 있다.
▲ 프로야구를 바깥에서 봤다. 프로야구의 흐름이나 질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있나
- 장기나 바둑은 옆에서 보는 사람이 잘 보인다. SK 감독 시절에 비해 옆에서 보니까 벤치에서 몰랐던 것을 많이 느끼고 볼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감독이라는 위치가 세대교체가 되다 보니 새로움 속에서 시합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많은 야구팬들이 오셨고 야구라는 자체가 국민 스포츠가 됐다. 그 무대에 올라 서 있을 때 야구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 선수단과의 소통 방법은?
- 색다르게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에 얼마나 진실하게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겨야 하고 선수는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 속에 진실이 부딪혀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순간순간마다 나 스스로도 그 속에 파묻혀 살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 한화가 나아질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 쉽게 이야기해 더 내려갈 것이 없다(웃음). 올라간다는 희망 속에 있지 않나 싶다. 선수들에게 이야기했지만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방법을 찾아내며 살 길이 있다고 본다. 3년 성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오늘부터 어떤 의식을 갖고 움직이느냐가 승부처가 아닌가 싶다.
▲ 감독 세대교체가 많이 됐다. 젊은 감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 승부 속에 들어가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벤치는 벤치다. 거의 다 제자들이지만 상대 감독하고 싸워야 한다. SK에 있을 때도 제자들과 시합을 해봤다. 승부 속에 들어가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 비시즌 동안 전력 보강을 바라는 부분은?
- 욕심 같으면 FA 나와 있는 선수들 다 데려왔으면 좋겠다(웃음). 바깥에서 인터뷰할 때 젊은 선수들이 많다고 봤는데 안에 들어와서 보니 나이 먹은 선수들이 많더라. 심각하다 싶다. 투수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야수들이 나이가 많다. 이들을 얼마나 젊게 만드느냐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김태균도 30대인데 20대로 되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야구계 순위 고착화에 대한 생각은?
- 고양이 해체돼 야구 생활 처음하면서 처음으로 모가지가 안 잘렸다(웃음). 일주일 정도는 (감독 교체 대상팀이) 5군데 있는데 왜 안 불러주나 싶었다. 포기 상태에 있었는데 됐다. 상하위권은 실력이 아닌 다른 점이 있다. 비슷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순위가 갈린다. LG와 SK가 0.5경기차였는데 그 차이가 어디서 벌어졌느냐를 알아야 한다. 그런 점을 본다면 순위를 많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화 감독으로 돌아왔는데?
- 14번째 팀인데 1982년이 생각난다. 다시 돌아왔다 싶어 감개무량하다. 한화, 그리고 대전의 팀은 그만큼 야구 도시였다. 이를 다시 일으키는 기회가 왔다는 게 감동적이다. 톨게이트 지나다보니 왔구나 싶었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의식이 든다. 내년에는 반드시 위에서 싸우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전임 감독 중 김인식, 김응룡 감독이 있었다. 인연이 있는데? 코칭스태프도 나가는 스탭들이 있는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 내려오면서 김응룡 감독이랑 나이 합치면 몇 살인가 싶더라. 둘이 합치면 못 이기나 싶다. 김응룡 감독이 남긴 것을 인수해서 마무리해야 하지 않나 싶다. 김영덕 감독, 김인식 감독, 김응룡 감독, 그리고 나까지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구단이 아닌가 싶다. 선임자들이 하신 업적을 반드시 이어가겠다. 코칭스태프 문제는 많은 고민을 하려고 했는데 계약한 것이 좀 늦어서 어제 새벽에 결정한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인사 조치했다.
▲ 마무리 훈련에서 중점으로 볼 것은?
- 여기 나오기 전에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이발값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내일부터는 머리 깎고 나오지 않을까 싶다(웃음). 수비라고 하는 것은 이틀에 한 번은 수비 훈련이다. 집중력으로 하지 않나 싶다. 5일 연습이면 이틀은 수비 연습이다. 수비만 할 것이다. 대전도 운동장을 넓혔다. 작년부터 외야수의 수비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 것도 코치에 들어갈 것이다. 한 가지 재밌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김태균은 내일부터 3루에서 반 죽을 것이다.
▲ 한화 2군 선수들의 잠재력은?
- 한화 2군 선수들이 악착 같이 하더라. 이정훈 감독이 그렇게 키우지 않나 싶었다. 올해도 반 죽여놓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렇게 그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아이들 중 빠른 아이들이 많이 있다. 2군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자주 가야 하지 않나 싶다. 가서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 확인해 볼 것이다. 직접 보고 1군 쪽 오키나와에 합류시킬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예정을 가지고 있다.
▲ 최근 현장-프런트들 사이에서 말이 많은데?
- 확실한 것은 현장이나 프런트나 이기는 것에 노력하면 된다. 요새 야구계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파묻히면 해결된다. 내가 할 일 못하면서 남의 의식에 들어가니 요새같이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나 싶다. 개인적인 트러블을 일으킨 적이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조직이 플러스가 되려면 감독 자체는 희생해야 한다. 그렇다 보면 바깥에서는 트러블 메이커로 불릴 때도 많지만 그만한 각오가 없으면 팀을 이끌어갈 자격이 없다. 요새는 세대가 바뀌어 그런 의식이 모자란 것은 아쉽다.
▲ 용병에 대한 생각과 계획은?
- 올해 걔네들이 던지는 것을 보긴 했는데 볼 때마다 스트라이크가 잘 안 들어가더라. 용병 세 명은 전력에서 필요하니 신중하게 고르고 갈 필요가 있다. 팀 컬러로 볼 때 어느 위치에 누가 필요하느냐는 지금부터 생각해 나가겠다.
▲ 투수력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은데?
- 수비라고 하는 것은 투수 중심으로 하는 수비다. 야수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조직력으로 움직이느냐가 문제다. 성적 자체로 볼 때 아직까지 승수는 있는데 패가 많다. 피처가 약하다는 자체도 있지만 수비 때문에 피처가 몰린 경우가 많았지 않았나 싶다. 투수 자책점은 수비가 잘 되면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 야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 바깥에서는 그렇게 부르지만 야구의 신은 없다. 나는 잠자리눈깔이라는 별명이 더 좋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82년에 프로가 시작할 때 여기서 시작했다. 비가 와서 물이 고인 속에서 야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팬 여러분들이 이만큼 성원해 주셨는데 감독하면서 부담스럽다는 것은 처음 느껴본다. 결과라는 의식 속에서 야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결과가 눈앞에 보여 이걸 언제 떨쳐내느냐에 대한 생각을 한다. 기대해주시는 만큼 반드시 해야겠다는 부담감은 다른 팀 감독으로 갔을 때보다 많이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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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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