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새 영화 ‘인터스텔라’가 베일을 벗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콘셉트가 ‘역시 놀란’이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놀란이 선사한 감동은 ‘인셉션’과는 또 달랐다
28일 오전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인터스텔라’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붕괴된 미래. 지구는 황사로 뒤덮이고 사람들은 식량 부족으로 ‘인류 멸종’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다. 남은 단 한가지 희망은 웜홀. 사람들은 시공간 여행을 통해 또 다른 태양계를 찾아 떠난다.
‘우주탐험’과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자칫 유치함,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꿈’이라는 소재로 ‘인셉션’을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테마들을 어떻게 풀어냈을 지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놀란은 “인류 진화의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구가 인류의 보금자리라면, 그런 지구를 떠날 수 밖에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다”고 밝혔다.

일단 영상미에서는 기대한 대로. 말라가는 황토 빛 지구에서 시작된 배경은 이후 광활한 우주로 옮겨졌다. 무엇보다 매우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우주공간의 묘사가 감탄을 자아냈다. 진공상태의 고요함이 여백의 미를 넘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웜홀과 블랙홀, 또 다른 은하계라는 설정 역시 억지스럽지 않은 영상미를 담아냄과 동시에 놀란의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 우주탐험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매튜 맥커너히는 갑작스럽게 우주선의 파일럿을 맡아 인류의 앞날을 책임지게 되는 쿠퍼 역을 맡았다. 쿠퍼는 사랑하는 자신의 가족들과 미래의 인류를 두고 선택을 해야 했다. 이를 통해 갈등하는 그의 모습과 아버지를 향해 원망과 그리움을 갖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도 아프게 했다.
영화는 후반부로 넘어가며 보는 이의 눈보다는 마음을 공략했다. SF 요소가 넘치는데도 화려함이나 신비함보다는 인간적인 감동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놀란이 ‘인터스텔라’를 통해 진정 전하고자 했던 것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놀란은 “‘인터스텔라’는 인간은 누구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는 영화”라며,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아버지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다루는 영화였다. 단순히 우주탐험의 요소들을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 속에 품은 질문을 우선시 하면서 이야기를 진전시켰다”고 전했다.

영화에는 매튜 맥커너히 외에도 앤 해서웨이와 마이클 케인이 부녀지간으로 분해 열연했으며,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맷 데이먼 등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해 빈틈 없는 전개를 꾸몄다. 11월 5일 24시(11월 6일 0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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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포스터-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