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서태지, 음악으로 故신해철 추모했다 [종합]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10.28 21: 30

서태지의 저력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서태지는 故신해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뜨겁게 추모하더니, 자신의 팬은 물론, 일반 관객까지 모두 기립시키는 힘을 발휘하며 가을밤 여의도를 뜨겁게 달궜다.
서태지는 28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에 참여했다. 지난 27일 리허설 도중 친척 관계인 故신해철의 비보를 접한 서태지는 평소처럼 녹화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관객, 또 시청자와의 약속을 위해 이날 무대에 섰다.
유희열은 “서태지 씨가 힘든 상황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관객들에게 응원을 부탁했고, 관객들은 서태지를 향해 “힘내요”라는 말을 건네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이에 서태지가 선곡한 첫 번째 곡은 ‘90’s 아이콘’. 서태지는 “이 노래는 찬란했던 여러분의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무대 중앙에 앉아 차분하게 노래를 시작, 숙연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서태지는 故신해철과 관련해 “힘들지만,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 와 주신 분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슬퍼하고 추억해주고 있다. 나는 여러분들의 얼굴을 보고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신해철은 내가 데뷔하기 전부터 '재즈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의 명곡을 만들었고, 나도 듣고 자란 세대다. 누구 보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노래 가사는 내 마음을 너무 흔들어놨다. 나도 그런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가 자신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렸다.
하지만 숙연한 분위기만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노래하고 싶어 나왔다’던 서태지의 말처럼, 이날 서태지는 ‘크리스말로윈’, ‘너에게’, ‘인터넷 전쟁’, ‘시대유감’ 등의 노래를 이어가며 녹화장을 자신의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녹화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모두 기립해 서태지의 노래에 반응하며 크게 호응,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날은 에피톤프로젝트, 인디그룹 바버렛츠와 함께 출연하는 기존 녹화 방식대로 진행돼 객석에는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 다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노래 몇 곡으로 모두를 뜨겁게 달리게 만든 서태지의 위력이 여실히 입증됐다.
또한 이날 서태지는 MC 유희열과 함께 서로 팬이라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서태지는 “어디가 팬이냐”고 묻는 유희열에 “눈매. 또 변태라는 점”이라고 답하거나, 서태지와 이승환, 윤상의 친분에 유희열이 질투하는 모습 등 두 음악적 전설들의 깨알 같은 호흡은 객석을 즐겁게 했다. 또 서태지와 유희열은 앨범 작업 기간, 앞으로의 꿈 등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들 주고받으며 ‘인간’ 서태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완성했다.
방송은 31일 밤 1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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