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을 시작으로 플레이오프 대장정에 들어간 넥센 히어로즈.
1,2차전을 홈구장인 목동구장에서 치른 넥센은 여러 스폰서 기업으로부터 포스트시즌 진출 축하 화환과 화분을 받아 구장 여러 곳에 전시해놓았다. 가장 큰 화환 3개는 야구장 중앙출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복도에 전시해놓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스폰서가 아닌 특별한 인연을 가진 곳이라 눈길을 끈다.
'한국시리즈 기다려라! 히어로즈 화이팅!'이라는 문구를 달고 서 있는 화환을 보낸 곳은 바로 '유니더스 빨래방' 이천금 대표다. 유니더스 빨래방은 홈경기 때 넥센 선수단의 유니폼을 세탁해주는 거래처다. 그리고 그 인연은 어언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1996년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에 창단할 때부터 선수단 빨래를 맡았다. 쌍방울 레이더스가 원정 경기를 오면 빨래를 맡겨서 두 구단의 이름을 합쳐 '유니더스'가 됐다는 것이, 현대를 거쳐 히어로즈야구단에서도 근무하고 있는 김기영 홍보팀장의 전언이다.
인천에 위치한 이 빨래방은 현대가 수원으로 이전했을 때도, 히어로즈가 서울 목동에 창단했을 때도 따라다니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역시 화환을 보냈다는 이 대표는 지난해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때도 화분을 선물했다. 넥센은 이 대표의 마음 씀씀이를 고맙게 여겨 올해 스폰 기업들의 화환과 함께 가장 잘보이는 곳에 전시해놨다.
원래 세탁소를 하는 이 대표는 약 20년 동안 선수단 세탁을 해주며 집을 마련하고 자식들을 키워 대학까지 보냈다. 그런 고마움으로 목동에 야간 경기가 있어도 밤 12시에 세탁물을 걷어가 밤새 세탁을 한 뒤 다음날 낮 12시 전까지 싹 빨아 다시 가져다 놓는 일을 하고 있다. 밤을 새워야 할 수 있는 고된 일이고 선수단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숨은 공신이다.
야구단은 선수들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까이는 코칭스태프와 매니저가 있고 선수들의 식사를 마련해주는 업체, 선수단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 그리고 선수들의 빨래를 대신 해주는 빨래방 등이 모두 제 역할을 해야 한 야구단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야구단의 가을 야구 진출을 남일처럼 생각하지 않는 빨래방 대표의 마음 씀씀이와 구단의 배려가 아름다운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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