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꼴찌의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하고 있다. 영광의 시절은 짧았고 하위권을 맴돌며 굴욕의 시간이 더 길었던 흥국생명이 '박미희 매직'과 함께 리그 선두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성남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제니스와 경기서 세트스코어 3-0(25-23, 25-12, 25-18)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은 3승 1패(승점 8)로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승점 6)를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승리 뒤에는 박미희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로 마무리하며 꼴찌의 오명을 쓴 흥국생명은 일찌감치 박 감독을 영입하고 팀 체질개선에 전력을 쏟았다. 대표팀 차출에 골머리를 앓은 다른 팀들과 달리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에 국가대표 슈퍼루키 이재영도 영입했다. 무엇보다 여자 선수들과 마음으로 교감하는 박 감독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코트의 여우'로 이름을 날리던 실력은 벤치에서도 건재했다. 올시즌 표방하는 배구에 이름을 붙여달라는 질문에 고심 끝에 어렵사리 '거미줄 배구'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이름대로 맞아떨어져가고 있는 모습도 흥미롭다.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외국인 에이스에게 착실하게 힘을 보태주는 센터진의 공격력은 레프트 주예나와 이재영의 공백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요소가 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박 감독은 "선수들을 칭찬해줘야할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는 "이제 겨우 4경기를 했을 뿐이다. 서로 더 많이 준비할테니 앞으로는 모른다. 오늘은 우리 쪽이 운도, 컨디션도 따라준 것 같다"며 '거미줄 배구'의 승승장구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초보 감독의 '박미희 매직'이 불러올 나비효과가 올시즌 여자부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흥국생명의 경기가 배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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