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변수가 아닌 상수라 봐도 될 것 같다.
LG 트윈스 외국인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32)가 정규시즌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타선에 불을 붙였다. NC와 준플레이오프 4경기서 타율 4할6푼7리(15타수 7안타)를 찍더니 넥센과 플레이오프서도 2차전까지 4할2푼9리(7타수 3안타)를 기록 중이다. 정규시즌 타율 2할1푼보다 무려 두 배가 높아졌다.
단순히 컨택만 좋아진 게 아니다. 포스트시즌서 홈런 두 방을 폭발, LG의 고질병이었던 홈런 갈증까지 시원하게 풀고 있다. 수비와 주루플레이도 뛰어나다. 흠잡을 데 없는 스나이더가 LG의 가을 기적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스나이더가 이렇게 각성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원인이 나오고 있다. 일단 시력 검사를 통해 근시와 난시가 모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콘택트렌즈를 바꾸면서 시력이 좋아졌다. 스나이더는 직접 “확실히 더 잘 보인다. 전체적으로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렌즈를 바꾼 게 정확한 타격을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단순히 눈이 좋아진 것 하나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실 스나이더는 7월초 한국 무대 진입 후 7월 24일 광주 KIA전에서 헤드샷을 맞기 전까지도 빼어난 활약을 했다. 당시 8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3할2푼1리 OPS .930을 기록했다. 헤드샷을 맞은 후 컨택 능력이 떨어졌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비 중 골반부상까지 당하며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실전 공백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타율은 곤두박질친 것이다.
본래 스나이더의 실력 자체는 일정 수준 이상이라 할 수 있다. LG가 과감하게 조쉬벨을 방출하고 스나이더를 선택한 것도 스나이더가 모든 면에서 부진했던 조쉬벨과 반대에 있기 때문이었다. 스나이더와 조쉬벨은 스윙 메커니즘부터 확연히 다르다. 배트 스피드가 느리고 테이크백이 큰 조쉬벨과 달리 스나이더는 빠른 배트스피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테이크백이 짧고 간결하다. 체구에서 보듯, 주루 스피드에선 스나이더가 조쉬벨을 월등히 앞선다.
스윙이 좋은 만큼, 양상문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도 스나이더가 공을 맞히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려했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의 스윙 메카니즘이 나쁜 것도 아니고 스윙이 큰 편도 아닌데 헛스윙이 나오는 게 무언가 이상했다. 연구를 했는데 결국 초점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물어보니 근시와 난시가 함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렌즈를 바꿔보게 됐다”고 말했다. 스나이더에 대한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기에 시력 문제도 해결하게 된 것이다.
부상 기간 동안 꾸준히 이천에서 훈련하는 모습도 코칭스태프로부터 높은 평가를 샀다. 복귀날짜가 당겨지기를 바라며 재활에 임했다. 양 감독은 “우리 팀 외국인선수 셋 모두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자신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을 응시하며 충실히 몸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모범생과 같은 인내가 단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계약과 관련된 이유도 있는 듯싶다. 양상문 감독은 스나이더가 포스트시즌서 활약하는 것을 두고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스나이더 선수가 이번 포스트시즌을 간절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항간에서는 스나이더가 애초에 LG와 1.5시즌(올 시즌 후 잔여 1년은 구단 옵션) 계약을 맺었다는 소리도 있다. 어찌됐든 계약 연장에 대한 선택권은 LG 구단이 쥐고 있을 것이다.
스나이더는 지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나고 MVP로 선정됐다. 이 자리서 스나이더는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는 게 지금 내 목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좋은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내가 포스트시즌서 팀 우승에 기여한다면 내년에도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도 꼭 한국에서 야구하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100% 몸 상태와 동기부여가 조화를 이룬 게 스나이더의 활약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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