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감회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었다. 김성근(72) 한화 신임 감독의 취임사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훈련하자. 각오를 단단히 해라”였다. 가을을 요란하게 깨우는 ‘김성근표 지옥훈련’이 막을 올렸다.
최근 한화의 제 10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성근 감독은 지난 28일 대전구장에서 공식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취임 일성에서 “승부라고 하는 것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면서도 “개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고 안 따라오면 같이 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무시하고 백지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낙오자, 불성실한 훈련 태도를 보이는 선수는 이름값과 팀 내 위상을 막론하고 함께 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팀 내 핵심 선수인 김태균에 대한 발언은 상징적이다. 김 감독은 “재밌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면, 김태균은 내일부터 3루에서 반 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한 타구로 훈련을 시키겠다는 의미다.

취임식부터 센 발언들이 나오자 한화 선수단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앞으로 진행될 훈련 강도에 대해서는 가벼운 웃음으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김 감독은 현존하는 프로야구 지도자 중 가장 많은 훈련량을 가져가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훈련을 통해 기술을 완성하며 또한 정신 자세도 고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훈련 속에서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깨달음을 찾길 원한다.
그런 가운데 훈련량은 상상 이상이다. 김 감독이 SK를 지휘하던 시절 지도를 받았던 한 선수는 “감독님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훈련량에 대해 뒤에서 욕 한 번 안 한 선수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스프링캠프 훈련표를 보면 김성근식 훈련의 강도를 실감할 수 있다. 타 팀에 비해서는 적게는 1.5배, 자율야구를 추구했던 팀에 비해서는 2배 가량 많았다. 타 팀 선수들이 일정표를 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보통 국내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일과는 오전 9시 정도부터 시작된다. 그 전에 ‘얼리버드조’가 30분 가량 더 일찍 이동해 먼저 훈련을 시작하는 경우는 있으나 인원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 시절 SK는 그렇지 않았다. 얼리버드조는 오전 8시 이전에 모두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고 훈련을 시작하곤 했다. 전체 선수단도 8시 30분에는 나와 정비를 마치고 곧바로 훈련에 투입됐다.
여기에 타 구단의 경우 오후 훈련 이후의 일과는 자율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테랑 선수들이라면 더 그렇다. 특히 저녁 식사 이후의 훈련 일정은 코칭스태프도 크게 건드리지 않는다. 반대로 SK는 베테랑 선수들까지 김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야간훈련을 했다. 오후 9시경 야간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김 감독의 총평이 이어졌다. 이날 잘못됐던 부분, 그리고 정신 자세, 혹은 선수단에 대한 조언을 하면 또 1시간이 훌쩍 갔다. 선수들이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시간은 오후 11시가 다 되어서 였다. 녹초가 돼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런 김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하다. 훈련에 있어 타협은 없는 김 감독이다. 29일부터 시작될 팀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강훈련을 공언했다. 사실 마무리캠프는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다. 강한 훈련보다는 보강 훈련이나 체력 훈련, 그리고 모자란 부분에 대한 기술적 보충이 이어진다. 약간은 ‘쉬엄쉬엄’의 분위기도 읽힌다. 하지만 김 감독은 5일 훈련, 2일 휴식의 체계 속에 살벌한 훈련량을 공언했다.
특히 수비 훈련이 중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몇 년째 수비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한화를 뼛속까지 바꿔놓겠다는 게 김 감독의 의지다. 5일 훈련 중 이틀은 무조건 수비만 훈련하는 이른바 ‘필딩 데이’로 잡았다. 예정된 개인 일정을 마무리할 김 감독은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오키나와에서 전체적인 훈련 계획을 다시 손 볼 예정이다. 그리고 2군 선수들을 보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7일 오키나와로 들어간다. 올해 오키나와에는 펑고 받기 참 좋은 날씨가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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