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프로야구 오프시즌이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불통’ 논란이 이어지며 팬들의 지탄을 받는 중이다. 결국 잘 나가는 집안과 그렇지 못한 집안의 차이는 ‘소통’에 있었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 전 전문가들은 “판도를 예상하기 어렵다”라는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실제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이 대거 이동하며 각 팀 전력에 변화가 생겼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외국인 타자도 변수였다. 하위권 팀들의 전력 보강이 있어 전반적으로 평준화가 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정작 성적을 놓고 보면 양극화가 심해졌다. 4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LG의 승률은 5할이 안 됐다. 1~3위와 나머지 팀들과의 차이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1위 삼성과 9위 한화의 승차는 무려 29.5경기였다. 2012년 26.5경기보다 오히려 더 벌어졌다. 전력은 평준화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결과는 더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결국 전력 외의 다른 요소가 있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오프시즌에서는 ‘소통’이 그 중심에 오르내리고 있다.

‘소통’ 문제는 포스트시즌 탈락 5개 팀에서 공히 발견되고 있다. 두산은 일본 출신인 송일수 감독이 선수단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단을 휘어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독도 답답, 선수단도 답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수단 장악에 있어 강성에 가까웠던 이만수 감독은 임기 중 선임급 선수들과의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다. 이는 임기 종료까지 이어지며 항상 입지를 위태롭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진사퇴한 선동렬 KIA 감독 역시 소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재계약 후 거세진 비난 여론에 “선수단과 소통을 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견디지 못했다. 2년 임기가 종료된 김응룡 한화 감독은 데려온 코치들과 선수들 간의 ‘세대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정은 롯데가 찍었다. 감독 따로, 코치진 따로, 선수단 따로, 프런트 따로라는 최악의 모습이 연출되며 일순간 ‘콩가루 집안’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권두조 코치의 사임, 김시진 감독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정민태 코치의 좌천, 김시진 감독의 자진사퇴 의사, 공필성 감독대행의 선수단 반대 등으로 이전투구가 이어졌다. 급기야 선수단이 프런트의 한 인사를 직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제는 ‘누가 잘못했는지 명확히 알기도 어려운’, 혹은 ‘모두가 잘못한’ 상황에 이르렀다. 곪을 대로 곪은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구단 이미지에도 큰 상처를 받았다.
물론 4강 진출 팀 내부에서도 소통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4강 진출 팀들은 감독이 확실한 지지를 받는 동시에 선수단의 결속이 비교적 좋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4강 탈락 팀보다는 확실히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 시즌을 치러나갔다. 이는 성적으로 잘 나타났다. 반대로 4강 탈락 팀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고비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래서 그럴까. 각 구단들은 새로운 감독의 조건으로 원활한 소통을 들고 나왔다. SK는 선수단의 신망이 두터운 김용희 감독을, 두산은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겸비한 김태형 감독을, KIA는 ‘형님 리더십’의 대명사 중 하나인 김기태 감독을 자리에 앉혔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순간순간마다 나 스스로도 그 속(선수단)에 파묻혀 살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되 선수단의 견해도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마음으로 싸워도 이기기 쉽지 않은 전쟁에서 ‘내 편’과 ‘네 편’을 가른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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