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시리즈'가 되는 것일까.
소프트뱅크 호크스 4번타자 이대호(32)가 연일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존재감이 폭발하고 있다. 4번타자로 필요할 때마다 타점을 올릴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든든히 지키고 있다. 이대호의 활약에 소프트뱅크도 1차전 패배에도 2연승으로 시리즈 역전에 성공했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3경기 모두 4번타자 1루수로 나와 12타수 4안타 타율 3할3푼3리 1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3경기에서 모두 타점을 올리며 양 팀 통틀어 최다 타점을 마크하고 있다. 특히 2차전 4회 솔로 홈런, 3차전 6회 2타점 쐐기 적시타는 팀 승리를 이끈 결정적 한 방으로 4번타자 힘을 보였다.

수비도 인상적이다. 2차전에서 2-1로 리드한 8회 우에모토 히로키의 우측 선상에 빠질 라인드라이브를 다이빙 캐치로 건져낸 그는 3차전에서도 관중석으로 향하는 파울 타구를 펜스 앞까지 쫓아가 처리한 데 이어 머리 위로 넘어가는 애매한 타구도 뒷걸음질을 치면서 침착하게 잡아내는 등 안정적이었다.
소프트뱅크는 2~3차전에서 각각 다케다 쇼타, 오토나리 겐지가 나란히 7이닝씩 던지며 승리투수가 된 선발투수들의 투구가 돋보였다. 하지만 4번타자 1루수로 결정력과 안정감을 보여주는 이대호의 존재가 야수 쪽에서는 단연 두드러진다. 지금 페이스라면 일본시리즈의 MVP 후보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는 "왜 벌써부터 초를 치고 그러나. 설레발은 하지 말라"고 웃으며 농담한 뒤 "이제 시작했다. 마음은 누구나 MVP를 받고 싶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더 안 된다. 팀이 이기다 보면 되는 것이다. 팀이 우승만 하면 MVP는 누가 받든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 2경기를 더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일본시리즈에서 초구부터 과감하게 휘두르는 적극적인 타격으로 한신 마운드를 위협하고 있는 그는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그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가 나온다. 기다려서 볼넷 나간다고 될 일도 아니고 일단 내가 노리는 것과 비슷하게 들어오면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며 "수비에서도 계속 집중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지친 것은 있지만 재미있다"고 일본시리즈를 즐겼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겨울 이대호를 거액에 영입한 것은 우승이라는 목표 때문이었다. 퍼시픽리그 우승으로 이미 목적을 이룬 가운데 일본시리즈까지 제패하면 대성공이 될 수 있다. 큰 경기에도 강한 이대호의 지금은 소프트뱅크가 원한 바로 그 모습이다. MVP급 공수 활약으로 생애 첫 일본시리즈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나선 이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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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