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새 감독보다는 갈등 해결이 우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0.29 06: 33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현재 감독이 공석인 곳은 롯데 자이언츠 뿐이다. 올해는 4강 진출에 실패한 5개 팀 감독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가운데 롯데를 제외한 4개 구단은 포스트시즌 기간동안 하나씩 새 사령탑을 임명했다. 28일 KIA 타이거즈가 김기태 신임감독 영입을 발표하면서 롯데만 남았다.
그렇지만 롯데의 감독 선임작업은 오리무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새 감독보다 시급한 일이 구단에 벌어졌다. 14년 동안 팀에서 일했던 코치의 감독 내정설, 선수단의 집단행동, 구단 고위층 비난까지 숨가쁘게 사건이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감독 선임보다 훨씬 시급하다.
선수단의 주장에 따르면 김시진 전 감독은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28일 선수단은 '1군 선수의 엔트리 변동이 코칭스태프 모르게 이뤄졌다'고 성명서를 통해 폭로했다.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지만 롯데의 2014년은 뒤죽박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이 잘 나오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시즌 내내 코칭스태프, 프런트, 선수단은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5월 수석코치가 원정숙소에서 선수단의 행동을 CCTV로 체크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코칭스태프끼리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 일부 코치와 선수단의 감정골은 깊어지기만 했다.
김시진 전 감독이 시즌종료와 동시에 자진사퇴했지만 롯데 구단 내홍은 더욱 심해졌다. 새 감독 선임과정에서 선수단의 구단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28일 선수단의 성명서 발표로 구단과 선수단은 이미 강을 건넜다. 누구도 다치지않고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 한 명만 새로 온다고 갈등이 봉합되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모 선수는 "새 감독님이 어떤분이 올지 모르겠지만, 만약 힘없는 분이 오신다면 지난 2년과 다를 게 없다. 구단의 월권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선수들의 생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롯데에 몸담았던 지도자 역시 "지금 바로 감독 임명하는 건 수술한다고 배 열어놓고 닫지도 않고 수술실을 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독 임명은 그 다음의 일이다. 곳곳에 물이 새고 돛이 부러졌는데 선장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구단은 새로 부임하게 될 감독이 이번 사태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해야만 내년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고름을 짜내지 않고 방치한 채 감독만 바뀐다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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