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6차전 선발 벤추라, 모자에 'RIP #18' 친구 추모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10.29 09: 22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29일(이하 한국시간)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커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6차전에 선발 등판한 캔자스시티 로얄즈 선발 투수 요르다노 벤추라의 모자에는 'RIP/OT #18'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RIP는 'rest in peace'의 약자로 묘비에 많이 쓰이는 글귀다. OT는 지난 27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외야수 오스카 타베라스의 이름. '18'은 유니폼에 달았던 번호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끝난 뒤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갔던 타베라스는 27일 집 근처인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 플라타주 푸에르토 플라타 인근 고속도로를 운행 중 가로수에 부딪치면서 사망했다.
벤추라는 6차전 선발을 앞둔 28일 기자회견에서 타베라스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마이너리그 시절 경기도 치렀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를 친구라고 생각했다. 유족과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다. 아주 힘든 시간이다”라고 조의를 표했다. 

벤추라도 언급했듯이 둘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고 서로 우정을 나누는 사이였다. 그들이 메이저리그 신인으로 올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있게 되기까지 과정이 이를 보여준다.
1991년 6월 4일 도미니카 공화국 사마나주, 사마나에서 태어난 벤추라가 여기서 200여 KM 떨어진 푸에르토 플라타주 푸에르토 플라타에서 1992년 6월 20일 태어난 타베라스 보다 한 살이 많다.
벤추라는 2008년 10월 9일 캔자스시티와 계약해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첫 발을 디뎠고 타베라스는 그 보다 한 달 여 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스카우트의 낙점을 받았다.
2009년둘은 나란히 도미니칸 섬머리그에서 뛰게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디비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투수와 타자로 만났을 가능성은 적다.
타베라스는 2010년 루키리그 존슨시티 카디널스로 오게 되면서 미국 땅을 밟게 된다. 반면 벤추라는 2010년에도 도미니칸 섬머리그에서 시즌을 보내야 했고 가을이 되어서야 애리조나 폴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미국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타베라스가 2011년싱글A 미드웨스트리그 쿼드시티스 리버 벤디츠 소속으로 승격했을 벤추라 역시 같은 리그케인 카운티 쿠거스로 승격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벤추라가 밝힌 대로 “우리는 상대팀 투수와 타자로 경기에서 마주치곤 했다”는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타베라스는 2012시즌에는 곧바로 더블A로 승격한다. 텍사스리그 스프링필드 카디널스로 소속이 바뀌었다. 하지만 벤추라는 더블A로 바로 가지 못하고 싱글A + 팀으로 갔다가 시즌 중 더블A로 승격한다. 이번에도 같은 텍사스리그인 노스웨스트 아칸사스 내추럴스 소속이어서 마주칠 기회가 생겨났다.
트리플A 승격도 타베라스가 빨랐다. 타베라스는 2013년 시즌 시작과 함께 퍼시픽 코스트리그 멤피스 레드버즈로 이동했다. 반면 벤추라는 더블A 노스웨스트 아칸사스 내추럴스에 더 머물며 11경기에서 57.2이닝을 던진 후에야 트리플 A 오마하 스톰 체이서스로 승격 됐다. 이번에도 둘은 같은 리그에서 뛰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늘 한 발 앞섰던 타베라스지만 메이저리그 데뷔는 벤추라가 먼저 했다. 벤추라는 지난 해9월 18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서 선발 출장하는 것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한 시즌에 더블A와 트리플A를 거쳐 메이저리그에까지 오르는 초고속 승진이었다. (캔자스시티 네드 요스트 감독은 최근 마이너리그 스프링 캠프에서 벤추라를 처음보고 다음 등판일정을 챙겨 다시 찾아가 봤으며 그 뒤에도 끊임없이 벤추라의 성장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타베라스는 올 시즌을 트리플A에서 다시 시작했지만 62경기에서 239타수 76안타 8홈런, 49타점 36타점(타율/출루율/장타율/OPS=.318/.370/.502/.872)를 기록한 뒤  지난 6월 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 우익수로 출장하면서 데뷔전을 치렀다. 
이제 둘이 야구장에서 투수와 타자로 만나게 될 일은 없다. 하지만 벤추라가 친구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모자를 쓴 채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다. 아마 친구가 가장 서고 싶어했을 그 무대에.
한편 이날 6차전에 앞서 커프먼 스타디움에서는 미국 국가 연주 전 타베라스를 기리는 묵념이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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