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환이 어깨를 푹 쉬게 해주겠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2014 일본시리즈는 동갑내기 이대호(32)와 오승환(32)의 한국인 투타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 4번타자, 오승환은 한신 마무리로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외국인선수들로 경기 후반 중요한 승부처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일본시리즈 시작 전 이대호는 오승환에게 '휴식'을 예고했다. "내가 잘하면 승환이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우리팀도 이기고, 승환이 어깨도 아껴줄 겸해서 푹 쉬게 해주겠다"는 것이 이대호의 말이었다. 리드 상황에 나오는 마무리 오승환의 등판을 막고, 연투에 지쳐있는 친구를 돕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진짜 이대호의 말처럼 일본시리즈가 흘러가는 모습이다. 3차전까지 치러진 가운데 두 선수는 아직 맞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이대호가 소프트뱅크 4번타자로 붙박이 선발 출장하고 있지만, 오승환은 1차전에서 6-2로 리드한 9회 1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뒤 2~3차전 2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한신은 2~3차전 모두 5안타에 1득점에 그친 타선 침체 탓에 리드를 잡지 못했다. 마무리 오승환을 쓸 기회 자체가 원천봉쇄된 것이다. 경기가 동점으로 흘러갔다면 클라이맥스시리즈(CS) 때처럼 오승환이 등판할 수도 있었지만 2~3차전 내내 한신은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한 채 소프트뱅크에 끌려다녔다.
그 이유가 바로 이대호 때문이었다. 이대호는 2차전에서 1-0 리드한 4회 좌월 솔로 홈런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든 데 이어 2-1 살얼음 리들르 지키던 8회 다이빙캐치로 결정적인 호수비를 하며 오승환의 등판을 저지했다. 3차전에서도 3-0 리드한 6회 2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으며 오승환의 등판을 막았다.
CS 퍼스트 스테이지 1차전부터 일본시리즈 1차전까지 무려 7경기 연속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모두 올랐던 오승환은 갑자기 2~3차전 등판 불발로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됐다. 1차전에서 최고 153km 강속구를 뿌리며 컨디션 회복을 알렸지만 2차전 이후로는 등판 기회가 오지 않고 있다. 이대호의 맹타 영향이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3경기 모두 타점을 올리며 4번타자로서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12타수 4안타 타율 3할3푼3리 1홈런 4타점. 타격 뿐만 아니라 1루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공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일본시리즈 MVP로 손색 없다. 반면 CS 6경기 모두 나와 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MVP를 차지한 오승환은 일본시리즈에서 세이브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의 선전포고대로 오승환은 강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CS에 이어 일본시리즈 1차전까지 무려 12경기 연속 등판한 오승환에게는 크게 나쁠 것 없는 휴식이다. 다만 마무리에게 등판의 기회가 없다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29일 오후 6시30분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리는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일본시리즈 투타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시선이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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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