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농구’ 오리온스의 기세가 무섭다.
고양 오리온스는 27일 홈에서 전주 KCC를 81-58로 제압하고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오리온스는 30일 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KBL 사상 첫 1라운드 전승에 도전한다. 득점 1위 트로이 길렌워터(평균 25점), 1순위 신인 이승현(10.1점, 4.9리바운드), ‘삼선의 별’ 장재석(5.9점, 4.3리바운드) 등 주역은 많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하게 활약한 조연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 ‘결정적 한 방’ 김강선-전정규

오리온스는 평균 42.9%의 무시무시한 3점슛 성공률도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경기당 7.9개의 3점슛이 림을 가르고 있다. 길렌워터와 이승현의 골밑장악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외곽부대의 선전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대인방어를 하자니 오리온스의 ‘포워드 농구’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지역방어를 서면 바로 3점슛을 얻어맞는다. 오리온스가 강한 이유다.
돋보이는 선수는 김강선과 전정규다. 기량이 일취월장한 김강선은 평균 40%의 고감도 3점슛을 자랑하고 있다. 빈 공간을 파고드는 부지런함도 좋다. 김강선은 지난 23일 전자랜드전에서 종료 3초를 남기고 이승현의 패스를 받아 결승 골밑슛을 넣었다. 이날 득점은 2점이 전부였지만 가장 값졌다. 연승의 고비였던 중요한 순간에 김강선은 가장 빛이 났다. 추일승 감독 역시 “전자랜드전 승리로 고비를 넘겨 연승에 탄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전정규는 마치 바늘처럼 상대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3점슛이 일품이다. 경기당 단 8분 36초를 뛰면서 52.9%의 3점슛을 기록 중이다. 17일 LG전에서 3점슛 3방을 던져 모두 넣었다. 또 27일 KCC전에서 2쿼터 3점슛 3방을 박아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때 연봉에 비해 활약이 저조해 ‘먹튀’의 오명을 썼던 전정규다. 하지만 지금처럼 순도 높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아무도 그런 말을 하기 어렵다.
▲ ‘분위기 메이커’ 찰스 가르시아
외국선수는 자존심이 강하다. 1라운드로 뽑힌 선수가 출전시간이 줄어들면 ‘태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돈은 많이 받지만, 기록이 줄면 다른 리그로 갔을 때 저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선수 한 명이 잘하면 나머지 선수가 마음이 상한다. 관리가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유쾌한 선수다. 추일승 감독 말대로 주제 파악이 빨랐다. 길렌워터가 맹활약으로 주전자리를 굳히자 가르시아는 후보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짧은 시간을 뛰지만 응축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힘이 있다. 가르시아는 17일 LG전 18점을 올렸다. 2쿼터에만 10점을 집중했다. 19일 모비스전에서도 4쿼터 10점을 퍼부었다. KCC전에서도 3쿼터 득점이 7점이다.
가르시아는 팽팽한 분위기를 오리온스쪽으로 확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빅맨역할이지만 볼핸들링이 가드 못지않다. 상대 센터를 외곽으로 끌어낸 후 1 대 1로 제치고 꽂는 3점슛과 덩크슛이 백미다. 3점슛 성공률이 58.3%이니 던지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다.
▲ 임재현-김도수 ‘베테랑의 힘’
젊은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주는 노장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오리온스에서 임재현과 김도수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멤버는 화려해도 결정적 순간 무너졌다. 김동욱이 리더역할에 소홀했다. 김도수는 온화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플로어 위에서는 노장 임재현이 받쳐준다. 이현민과 한호빈이 흔들릴 때 출동하는 임재현은 소방수 역할이다. 득점과 어시스트는 많지 않아도 결정적 플레이 하나만 잡아주면 팀 전체가 살아난다. 임재현은 19일 박빙의 모비스전에 출동해 10점을 터트렸다. 23일 전자랜드전에서도 11점, 2스틸로 제 몫을 다했다. 임재현이 벤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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