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캔자스시티 로얄즈 투수 요르다노 벤추라는 덕아웃으로 향하기 전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팔을 들었다. 29일(이하 한국시간)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6차전. 3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버스터 포지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해 위기를 넘긴 다음이었다.
2승 3패로 몰려 한 판만 더 패하면 19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꿈이 물거품 되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 임무를 맡은 요르다노 벤추라는 7이닝 동안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5경기 등판(4경기 선발)만에 거둔 귀중한 승리였다.
2회 위기를 넘긴 뒤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100마일 광속구를 앞세워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압도했다. 7-0으로 앞선 3회 연속 3명을 볼 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워낙 큰 차이로 앞서 있어 큰 위기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후 엔 7이닝을 마칠 때까지 안타 2개, 볼 넷 2개만 더 내주고 무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 했다. 이번 월드시리즈 들어 캔자스시티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7이닝 동안 3피안타 볼넷 5개 무실점. 탈삼진은 4개를 기록했다. 투구수는 100개. 58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이날 벤추라는 모자에 'RIP/OT #18'이라는 글귀를 적어 놓은 채 마운드에 올랐다. RIP는 'rest in peace'의 약자. OT는 지난 27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외야수 오스카 타베라스의 이름이다. '18'은 타바레스가 생적 유니폼에 달았던 번호다.
타베라스는 27일 집 근처인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 플라타주 푸에르토 플라타 인근 고속도로를 운행 중 가로수에 부딪치면서 사망했다.
등판 전날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타바레스가 마이너리그 시절 친하게 지냈던 사이임을 밝히며 슬픔을 표했던 벤추라는 이날 모자에 친구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았다. 1회 첫 피칭에 들어가기 전 투수판 뒤 편 경사진 곳에 무엇인가를 적기도 했다.
벤추라는 이날 승리로 포스트시즌 5경기 등판(4경기 선발 등판)만에 드디어 첫 승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동안 선발 3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넘겼지만 승패와는 인연이 없었다.
아울러 월드시리즈에 두 번 이상 선발 등판한 25번째 신인 투수가 됐다. 2000년 이후로는 2002년의 존 랙키(당시 애너하임 에인절스), 2006년 저스틴 벌렌더(디트로이트 타이거즈), 2013년 마이클 와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4번째 신인투수다. 월드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따지면 33번째 신인 투수. 지난 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클 와카가 월드시리즈 2차전 승리 투수가 된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었다.
벤추라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선수로는 9명 째인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투수다. 두 번 이상 등판한 선수로는 5번째.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월드시리즈 5번째 승리 투수이기도 하다. 2004년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3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둔 후 첫 승리투수다.
nangapa@osen.co.kr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