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전에서 자존심을 구긴 넥센의 ‘MVP 후보’들이 반격에 나선다. 박병호(28) 강정호(27) 서건창(25)의 독 오른 방망이가 다시 LG 마운드를 조준한다.
세 선수는 올 시즌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유력한 후보들이다. 서건창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200안타(201안타) 고지를 점령한 선수가 됐다. 박병호는 53개의 홈런을 쳤고 강정호는 유격수로서는 첫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정규시즌 MVP는 20승을 거둔 앤디 밴헤켄까지 포함해 넥센의 집안 잔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넥센의 선봉장 몫을 해야 할 서건창은 타율이 1할4푼3리에 머물고 있다. 2개의 볼넷을 고르기는 했지만 도루도 없다. 서건창의 발이 묶인 넥센은 공격의 짜임새가 정규시즌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4·5번에 위치하는 박병호 강정호의 방망이도 그리 감이 예민하지 않은 모습이다. 2경기 팀 타율이 2할2푼6리에 그친 상황에서 시원한 한 방을 기대했으나 좀처럼 타구가 뻗지 않고 있다. 박병호는 2경기에서 타율 1할4푼3리다. 홈런이나 타점은 없다. 그나마 강정호가 타율 3할7푼5리를 기록했으나 2차전에서 연거푸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역시 장타는 없다.
홈경기, 그리고 체력의 우위를 등에 업었던 1·2차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넥센이다. 동률의 성적이지만 오히려 LG쪽이 좀 더 만족스러웠던 성과였다. 이제 불리한 쪽은 심리적으로 쫓기는 넥센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LG는 3·4차전에 코리 리오단과 류제국을 투입시킬 수 있다. 내심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낸다는 각오다. 이에 비하면 넥센은 선발진의 무게감에서 다소 밀린다는 평가다.
결국 방망이의 힘으로 만회해야 하고 세 선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서건창은 희망적이다. 올 시즌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유독 좋았다. 타율 4할(35타수 1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018을 기록했다. 좋은 기억을 되살릴 만하다. 서건창이 살아나간다면 빠른 발로 투수들을 괴롭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가 크다. 3·4차전의 키플레이어라고 할 만하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자존심도 걸려 있다. 넓디넓은 잠실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홈런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달리 이야기하면 “목동에서만 홈런을 친다”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편 LG를 상대로 잠실에서 부진했던 기억도 씻어내야 한다. 올 시즌 박병호는 잠실 LG전에서 한 차례도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3개의 홈런을 친 강정호도 타율은 2할5푼9리에 그쳤다. 세 선수의 자존심 회복이 넥센의 사활을 쥐고 있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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