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과감 주루플레이’ LG, 죽어도 뛰어라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0.30 10: 13

“아웃되도 괜찮다. 계속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 중이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주루플레이 실패를 놓고 아쉬움을 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감한 주루플레이야말로 LG가 추구해야할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도 그랬다. LG는 5회초 1사 2, 3루서 오지환의 1루 땅볼에 3루 주자 스나이더, 그리고 2루 주자 손주인이 3루를 지나 홈까지 쇄도했다. 결과는 스나이더는 살고 손주인은 아웃. 스나이더는 오지환의 배트가 공에 맞자마자 뛰었고, 슬라이딩으로 포구를 저지하며 득점했다. 반면 손주인은 포수 박동원이 타자주자 오지환을 의식해 2루에 송구한 틈을 노렸으나, 유격수 강정호의 정확한 송구에 의해 태그아웃됐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고 볼 수도 있다. 애초에 손주인과 오지환 둘 중 한 명은 태그아웃이 유력했다. 손주인의 홈쇄도가 조금 더 빨랐다면 2점을 뽑고 다시 1사 2루로 최상의 시나리오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일거양득은 없었다. 그래도 1점은 뽑았고 정성훈의 타석에서 2사 2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계속해서 상대를 압박했다.
사실 이날 양 팀 선발투수들의 컨디션을 생각하면, 연속안타는 힘들어 보였다. LG 신정락과 넥센 밴헤켄 모두 많이 실점해야 2, 3점인 역투를 펼치고 있었다. LG든, 넥센이든, 한 점이라도 짜내서 만드는 게 필요한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플레이 하나가 앞으로 넥센 선수들에게 ‘LG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데에 있다. 넥센 내야수들로 하여금, LG가 다른 팀보다 적극적으로 뛰고, 언제든 빈틈을 노린다는 압박감을 갖게 했다. 때문에 앞으로 LG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응용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넥센 배터리가 LG 주자를 의식,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피치아웃이라도 한다면 이미 LG의 2차전 주루플레이는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7일에 열렸던 플레이오프 1차전 3회초를 돌아보자. 당시 LG는 선두타자 손주인과 두 번째 타자 정성훈이 모두 볼넷으로 출루,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여기서 김용의가 번트를 준비했다. 이에 넥센은 100% 번트 시프트를 시행, 주자들을 포스아웃 시키기 위한 진용을 짰다. LG는 NC와 준플레이오프서 무사 1, 2루면 거의 대부분 희생번트를 댔다. 넥센은 ‘LG는 무사 1, 2루면 무조건 희생번트다’는 생각으로 내야진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LG는 이를 역이용해 김용의에게 슬래시를 주문했다. 김용의의 타구는 평범한 투수 땅볼이었으나. 이미 넥센 내야진은 예상치 못한 슬래시에 당황한 채 백업플레이에 들어가지 않았다. 투수 소사 역시 타구를 잡은 뒤 텅빈 2루와 1루를 보고 헛웃음만 지었다. 김용의의 타구는 내야안타, LG는 희생번트에 의한 1사 2, 3루가 아닌 무사만루를 만들었다. 
이처럼 LG는 상대의 전략을 역이용하는 플레이를 즐겨 사용한다. 전혀 빠르지 않은 최경철이 올 시즌 도루 4개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경철이 출루해도 상대 배터리는 도루를 의식하지 않는다. 이를 알고 있는 LG 덕아웃은 최경철에게 도루를 지시, 쉽게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NC와 준플레이오프서도 최경철은 접전 상황없이 쉽게 2루를 훔쳤다.
1점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선 이런 플레이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 계속 안타가 터지고 위험부담 없이 공격이 진행되면 더 이상 좋을 게 없으나,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고 해도 안타를 칠 확률은 30%에 불과하다. 최대한 상대의 머리를 복잡하고 만들고 빈틈을 파고드는 게 LG의 필승전략이다. 정규시즌 가장 많은 도루실패(64개)를 기록했어도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