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우리가 몰랐던 진짜 10대들의 이야기 [리뷰]
OSEN 조민희 기자
발행 2014.10.30 08: 28

[OSEN=조민희 인턴기자] 무책임한 부모에 분노해 스스로 고아가 되고, 남몰래 도둑질을 하지만 겉으론 선량한 척 하는 열일곱 소년의 인생은 불안했다. 사랑받아야 할 아이는 너무 많은 감정을 느껴버렸고, 소년은 어느새 훌쩍 자라있었다. 그렇게 ‘거인’이 된 소년에게 기댈 곳은 없었고, 그 외로움은 그를 점점 조여 왔다.
얼핏 보면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갈 곳 없는 이들을 보살펴 주는 보호시설. 영재는 시설을 나가야할 나이가 됐지만, 전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는 보호시설 원장 부모와 신부에게 열심히 공부해 신학교도 가고 신부가 되겠다며 다짐을 했다. 그런 영재를 기특하게 생각하는 원장 부모와 신부는 그를 응원해주기로 한다.
이른 아침 학교 가는 영재가 들린 곳은 보호시설 창고. 새 운동화를 가방에 넣어 학교로 간 그는 친구들에게 직접 돈을 받고 이를 팔아버린다. 이후 후원물품이 없어진 걸 알게 된 보호시설 원장 부모는 아이들을 의심했지만, 영재는 그럴 리가 없다며 그를 믿는다. 그렇게 영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속적으로 도둑질을 했고, 신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성당에 나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찾아온다. 그는 일하지 않고 오로지 편한 방식으로 돈을 구하려는 그의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죽어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는, 보호시설에서 아량을 떨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젠 동생마저 떠맡기려는 부모의 모습에 영재는 참아왔던 서러움을 터뜨린다.
‘가족’이라는 따뜻한 집에서 나와 스스로 고아가 된 열일곱 소년의 상처는 어루만질 수 없을 만큼 커졌고, 그 상처는 그를 점점 아프게 했다. 엄마가 지어준 따뜻한 밥을 먹으며 일 끝나고 돌아온 아빠를 맞이하는 평범한 가정은 그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다.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거짓말과 도둑질이라는 모순된 방법이 또다시 그를 조여 왔다. 그렇게 아슬아슬하던 소년은 또다시 어른들의 배신에 상처를 입었고, 그의 뜨거운 눈물은 절규를 외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영재를 통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짜 10대들의 아픔, 성장통을 엿본 것일 지도 모른다. 몸은 어른만큼 훌쩍 자랐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책임질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도 ‘사랑’이 필요했고,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했다. 홀로 참고 버텨냈던 가슴 속 상처는 어느새 아물지 못할 만큼 커져버렸고, 그들은 치유 받지 못한 상처에 절망하게 된다. ‘거인’은 그런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스스로 치유 받을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아픈 만큼 커버린 10대들은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이젠 우리가 그들의 외침에 응답하고,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들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작은 거인’이기 때문이다.
samida89@osen.co.kr
‘거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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