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이서진,빈 수수밭에도 봄은 오는가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10.31 10: 34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제작진이 '싹을 틔워보라'고 건넨 씨앗은 곧장 그의 손을 떠났다. 이서진은 제 힘으로 씨앗 '따위' 심거나 키울 위인은 아니었다. 결국 그에게 배당된 씨앗은 애먼 조카의 손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왜 직접 키우지 않았느냐'고 타박해도 소용없다. 이서진은 너무도 당당하다. '그런 걸 내가 왜 키워야 되느냐'며.
tvN '삼시세끼'의 이서진이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다. 애초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으로 살아가는 걸 행복하게(?) 여기던 그는 나영석 PD 등 제작진에 이끌려 불평 가득한 농촌 생활을 시작했다. 매사에 '이게 뭐냐', '망했다'며 투덜대기를 일삼던 이서진은 그러나 꾸역꾸역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다음 끼니를 걱정하고 손님들을 위한 저녁상을 차려내고 있다.
농가의 단촐한 외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최신 유행 선글라스를 끼고 압구정 피플들이 즐겨 입는 트레이닝 복을 입었다. 그러나 손에는 땔감이나 식칼, 망치 같은 것들이 들려있다. 이 아이러니한 비주얼은 그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되고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구시렁구시렁은 싫은 일도 해야 하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카타르시스마저 안길 지경이다.

그는 1주 혹은 2주에 한 번씩 옥택연과 스케줄이 맞을 때 2박3일 일정으로 그 곳에 간다. 지난 3회에선 급기야 곰탕 재료와 감자 등 반입금지품목을 한 아름 사들고 나타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삼시세끼'는 모토 자체가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 따라서 제작진이 이러한 물건들을 곱게 허락할리 없다. 결국 감자를 빼앗기며 애처로운 표정이 역력했던 그는 분명 더 어마어마한 쿠데타를 다짐하고 있을 것만 같다.
여하튼 그렇게 정기적으로 촬영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그의 유기농 라이프도 제법 날짜가 더해졌다. 도구를 쓸 줄 아는데다 약삭빠른 두뇌까지 가진 서지니, 점점 익숙해지고 요령이 느는 게 당연하다. 칼질은 한층 더 리듬을 타고 요리는 제법 먹을 만하게 되었다. 닭장을 짓고 수수를 베는 지극히 평범한 농부의 일상이 이젠 썩 오버랩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여전히 그는 도통 '즐기는 것' 같아 뵈진 않는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귀농 라이프를 체험 중인 이서진은 지금도 자주 심사가 뒤틀려 하던 일을 내팽개치는 액션을 취한다. 툭하면 나 PD에게 눈을 흘기고 소리도 지르며 반항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조금씩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 PD는 OSEN에 "최근 촬영에서는 이서진 씨가 수수를 다 베고 나서 빈 땅을 보더니 다음엔 뭘 심어야 할지 고민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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