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안타를 치고, 누가 홈런을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단 1점이라도 앞서는 리드만 있으면 됐고, 매디슨 범가너가 마운드에 오르니 그대로 캔자스시티 로열스 타선을 평정했다.
범가너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 월드시리즈' 캔자스시티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 5회말 등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직전 공격인 5회초 마이클 모스의 적시타로 3-2, 고작 한 점만 앞서고 있을 뿐이었다.
불펜 무게감만 따지자면 캔자스시티가 앞서고 있던 상황.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에는 에이스 범가너가 있었다. 범가너는 마치 장판파를 지키던 장비처럼 홀로 5회부터 9회까지 캔자스시티 타선을 틀어막으면서 5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범가너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1차전 선발로 나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4일 쉰 뒤 5차전 선발로 나와 이번엔 9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냈던 범가너는 이번에는 이틀만 쉬고 다시 등판했다. 그래서인지 5회에는 제구에 애를 먹었지만 감을 잡은 뒤 거침없이 캔자스시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이번 포스트시즌 범가너의 활약은 눈부시다. 7경기에 등판, 52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 1패 평균자책점 1.04로 미친 활약을 펼쳤다. 유일한 패전은 워싱턴 내셔널스와 벌인 디비전시리즈 3차전, 그날 경기도 범가너는 7이닝 2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범가너는 포스트시즌에 강한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 이제 고작 만 25세, 그렇지만 벌써 포스트시즌에만 14경기에 등판했고 7승 3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하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대 들어 2년 만에 한 번씩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 충격 호투를 펼쳤던 범가너는 2012년과 올해까지 팀의 월드시리즈 제패를 함께했다. 정규시즌 최고의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지만, 가을에는 범가너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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