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은 결코 늙지 않는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0.31 08: 20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23일 개봉)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정신없이 102분의 러닝타임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새 웃음 빵 눈물 찡이다. 블랙 유머와 따뜻한 이야기의 공존이 장진 영화에서는 가능하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장진표 코미디'가 존재함을 재확인시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장진 최고의 역작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취향에 안 맞는다고 불평했다. 장진 감독의 전작 '하이힐' 얘기다. 호불호가 갈리고 흥행은 부진했지만, 소재주의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꾼의 재능을 발휘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이힐'이 장진 작품의 본 궤도에서와는 어쩌면 살짝 비껴난 영화였다면 다음으로 내놓은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전형적인 장진 영화다. 그래서 반갑기도 하다.
영화는 30년 동안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가 30분 만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여정을 담아냈다. 일종의 로드무비인데, 휴먼드라마보다는 코미디에 방점이 찍힌다.

주인공 상연(조진웅)과 하연(김성균)은 극적 상봉을 함과 동시에 가족을 잃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딱뜨린다. 형제는 어릴 적 헤어졌기 때문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직업도 가치관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장진은 이 대비적인 지점에서 유머를 드러낸다. 상연의 직업은 목사이고, 하연은 굿을 하는 무속인이다. 상연은 외국어를, 하연은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조진웅과 김성균이 충무로 대세임은 확실하지만 100% 신용이 보장되는 흥행 배우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포스터의 메인 투 톱으로 크게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장진 영화이기 때문인 점도 있다. 즉 영화는 전면으로 드러난 조진웅-김성균, 그리고 연출가 장진의 '쓰리 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많은 부분에서 장진표 초기작을 생각나게끔 한다. '기막힌 사내들', '킬러들의 수다'에서 봤던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과 범상치 않은 조연 캐릭터,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언어 유희, 그리고 은유적으로 던지는 풍자적 메시지. 누가 봐도 '장진이 쓰고 만들었다'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블랙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라는, 어찌보면 이질적인 두 장르가 만나 화학 작용을 만들어 내는데  영화는 너무 달라 시종일간 마찰하는 두 주인공이 서로 화합하는 과정과 에 대한 사회 풍자 두 큰 줄기를 갖고 있다. '어머니'는 양쪽 사이의 매개체다. 특히 장진의 초기작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는 사회 풍자와 해학이 담긴 블랙 유머 때문인데, 부의를 나눠주는 할머니란 설정 자체가 일면 상징적이다. 정치인과 언론의 과대 포장과 현실 왜곡이 분노의 다른 얼굴인 쓴웃음을 안긴다.
장진 영화의 백미는 조연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이힐'에서 반전 있는 오정세의 오른팔로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 조복래는 숫기 없는 A형 소매치기로 분해 웃음을 터뜨린다. 김민교는 성격이 불 같은 렉터카 운전자를 맡아 전매특허 동공 연기를 선보이고, 맥아더 장군을 모시지만, 신과 영어로 대화하냐는 질문에 '더빙'이 있다는 엉뚱한 말을 하는 엉뚱황당 무속인 친구도 있다.
연극계에서 '기존의 규칙들을 깬' 센세이셔널한 젊은 감각을 보여주고, 배우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던 장진이란 연출가의 색깔있는 작품들은 한국영화계가 사실 소중히 여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오랜 동안 활동하는 감독들이 거의 없는 한국 영화계에서 생명력 있고 부지런히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김성균에 따르면 장진표 코미디의 미덕은 여기에도 있다. "코믹 연기에는 톤을 잡기가 조금 어려운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연출가가 웃으면 땡큐, 안 웃으면 그냥 흘러가는 데 가장 좋다고 얘기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웃기려고 했는데 안 웃으면 낭패죠. 상황 안에서 코미디가 나오면 좋고, 안 웃으면 그냥 흘러가는 게 좋은 코미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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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입니다' 스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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