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3]오재영, 10년 만에 가을 영웅으로 우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30 21: 43

결정적인 호투를 펼친 넥센 히어로즈 좌완 오재영(29)이 10년 만에 가을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오재영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다. 팀의 6-2승리 속에 오재영은 승리투수가 됐고, 넥센은 2승 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겼다.
4회말까지 2피안타 무실점한 오재영은 LG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다. 5회말 흔들려 1실점하기는 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6회말까지 버텨줬다. 오재영이 확실하게 리드를 지켜줘 넥센은 불펜의 핵심인 조상우를 아끼고 4차전까지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오재영이 10년 만에 거둔 포스트시즌 승리이기도 하다. 프로 입단 첫 해였던 2004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던 오재영은 10월 27일 있었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팀이 4-1로 승리해 오재영은 승리투수가 됐다.
4차전까지 1승 2무 1패였던 현대는 시리즈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 끝에 9차전에서 삼성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재영의 눈부신 피칭이 시리즈를 현대의 편으로 돌려놓은 것이었다. 이번에도 오재영은 1승 1패 상황에 등판해 먼저 2번째 승리를 가져오게 했다.
구속은 예전과 같지 않았고, 입고 있는 유니폼도 바뀌었다. 모든 것이 10년 전과 달랐지만 가을에 잠실 마운드에 선 오재영이 빛났다는 것만은 똑같았다. 10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방망이를 꺾은 것도 잠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입단 첫 시즌에 한국시리즈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공을 던진 오재영은 신인왕까지 수상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오재영은 140km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뿌리던 10년 전과 달리 이제 포심 패스트볼이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에 그치고 있지만, 그때는 없던 완급조절 능력이 생겼다.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을 적절히 배합한 오재영은 공을 좌우에 찌를 줄 아는 제구 능력으로 LG 타선을 무력화했다. 단순히 공만 느려진 것이 아니라 노련미가 가미된 것이었다.
1군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오재영은 기나긴 시간을 불펜에서 보낸 끝에 다시 경기를 시작하는 투수의 위치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가을 마운드에서 10년 만에 선발승을 수확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새겼다. 이제 남은 것은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다시 만나 2004년 가을의 전설을 재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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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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