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시리즈가 결국 불발됐다. 묘하게 서로 엇갈리며 우승과 준우승의 희비가 교차했다.
한신 타이거즈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2014 일본시리즈는 1982년생 동갑내기 오승환과 이대호의 투타 맞대결 성사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역대 일본시리즈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투타 맞대결을 벌인 적이 없었기에 오승환과 이대호의 대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일본 언론을 이를 두고 '한류시리즈'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일본시리즈 최초의 한국인 투타 맞대결이 불발되고 말았다. 30일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소프트뱅크가 1-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한신을 꺾고 일본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것이다.

한신 마무리 오승환은 타선의 침묵으로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 기회가 한 번도 없었고, 소프트뱅크 4번타자 이대호도 부상으로 4차전 도중에 빠지며 서로 엇갈렸다. 오승환은 1차전에서 6-2로 리드한 9회 구원등판했지만 8회 이대호 타석이 지나간 이후라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대호가 맹활약한 2~3차전에는 한신이 경기 내내 리드를 빼앗겨 오승환이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4차전에는 이대호가 갑자기 빠졌다. 두 타석을 소화한 뒤 4회 수비를 앞두고 교체된 것이다. 1회 첫 타석에서 스윙 과정에 오른쪽 손목 통증을 일으켰다. 오승환이 연장 10회 등판했을 때 이대호는 치료를 받고서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이대호가 5차전 지명타자로 선발출장을 강행했지만 5차전에서도 둘은 엇갈렸다. 이대호는 0-0 동점으로 맞선 8회 1사 1,3루 찬스에서 한신 선발 랜디 메신저의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메신저는 마쓰다 노부히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제서야 뒤늦게 마무리 오승환이 등판했다. 이미 이대호 타석이 끝난 뒤였다.
오승환은 전날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나카무라 아키라와 재대결에서 내야 뜬공으로 승리했지만 한신이 9회초 승부를 뒤집지 못하며 그대로 끝났다. 이대호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사이 오승환은 아쉬움을 머금고 경기장을 떠났다.
오승환과 이대호는 한국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 동안 맞대결을 펼친 결과 25타수 8안타 타율 3할2푼 3홈런으로 이대호가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지난 5월24일 야후오크돔에서 치러진 교류전에서 이대호가 오승환에게 좌전 안타를 뽑아낸 바 있다. 두 선수 모두 일본시리즈에서 내심 투타 대결을 피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는데 그렇게 됐다. 그들의 대결을 손꼽아 기다린 팬들만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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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