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도 그렇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순간에 분위기가 크게 역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큰 경기를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도 있어 이들의 긴장으로 인해 경기 흐름이 한 번에 바뀌기도 한다. 반대로 ‘미친 선수’에 의한 분위기 반전도 자주 일어난다.
그러면서 빅 이닝이 만들어진다.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이번 플레이오프는 3차전을 치르는 동안 매 경기 4점 이상을 뽑는 빅 이닝이 한 번은 나왔다. 그리고 빅 이닝을 만든 팀은 반드시 승리를 가져갔다. 3경기 동안 양 팀이 뽑아낸 점수의 합이 28점이었으니 인상적인 한 이닝이 매 경기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넥센은 1차전 1-3으로 뒤지던 6회말 윤석민의 3점홈런을 포함해 4점을 얻어 역전한 끝에 6-3으로 이겼다. 반대로 2차전에서는 LG가 힘을 냈다. 2-1로 살얼음 리드를 하던 LG는 8회초에 대거 6득점해 9-2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3차전 반격에 나선 넥센은 1-0이던 5회초에 4점을 뽑아내 5-0으로 앞서 유리한 흐름을 쥐고 6-2로 LG를 꺾었다.

LG는 NC 다이노스와 맞아 치른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빅 이닝을 통해 시리즈 승리를 이끌어냈다. 특히 1차전 1회초에 최경철의 3점홈런으로 6-0로 앞서 나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2차전과 3차전에는 승리한 팀이 4점만 갖고도 투수력을 앞세워 상대의 추격을 따돌렸지만, 4차전에는 LG가 7회말 NC 마운드를 두들기고 6점을 보태 시리즈의 향방을 완전히 LG쪽으로 돌려놓았다.
큰 구멍은 의외로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플레이오프 1~3차전의 빅 이닝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다. 1차전 6회말에는 강정호가 상대 투수 우규민의 몸에 맞는 내야안타로 나가면서 LG를 흔들었다. 그리고 바뀐 투수 정찬헌을 맞아 김민성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점점 LG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2차전은 하위타선에서 최경철의 좌전안타로 찬스를 만들기 시작한 LG가 8회초 넥센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오지환의 희생번트 후 앤디 밴헤켄에 이어 나온 한현희가 정성훈과 이병규(9번)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LG는 만루 찬스를 어렵지 않게 얻었다. 하위타선에서 시작된 작은 찬스가 중심타선 앞에 걸려 대량득점이 된 케이스다.
의외의 요소도 숨어있다. 3차전 5회초에서는 보기 힘든 상황도 일어났다. 김민성과 이택근의 중전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든 넥센은 찬스가 하위타선에 걸렸다. 8번 이성열은 희생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로 기회가 무산되자 강공으로 돌아서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이것이 4점을 몰아친 빅 이닝의 시발점이 됐다. 만약 희생번트가 성공됐다면 2점 정도를 뽑는 데 만족했을지 모른다. 승운이 넥센에 따른 경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
4차전 역시 빅 이닝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1~3차전에서 나온 빅 이닝의 공통점은 모두 상대 선발을 강판시키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대의 빅 이닝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양 팀 벤치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큰 위기가 오기 전에 적절히 끊어주는 벤치의 혜안이 필요한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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