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목동런’ 효과를 봤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었던 넥센이었다. 그러나 넥센 타선은 이런 의혹이 편견임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에서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리며 적지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넥센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타선의 대폭발과 선발 핸리 소사의 호투를 묶어 12-2으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넥센은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넥센은 오는 4일부터 삼성과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돌입한다.
사실 목동에서 열린 1·2차전 결과만 놓고 보면 LG가 다소 유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넥센은 2차전에서 에이스 앤디 밴헤켄을 내고도 패해 타격이 있었다. 선발진의 무게감이 LG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넥센으로서는 가면 갈수록 어려운 승부가 될 수 있었다. 즉 3·4차전에서는 타선의 힘, 그리고 장타의 힘이 필요했다.

그런 측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타선의 응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LG에 비해 넥센의 장점은 단연 경기의 흐름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일발장타력이었다. 그런데 그 일발장타력이 잠실의 넓디넓은 외야에 막힐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지만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듯, 넥센의 장타는 결코 경기장을 가리지 않았다.
잠실로 자리를 옮긴 3차전부터 홈런포가 펑펑 터졌다. 0-0으로 맞선 2회 강정호가 잠실구장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한 방이었다. 이어 5-1로 앞선 8회에는 유한준이 상대의 기를 꺾는 솔로홈런을 치며 홈런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둘 다 솔로홈런이기는 했지만 경기의 흐름상 가장 중요한 시점에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홈런으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넥센은 2-2로 추격 당한 5회 2사 후 박병호 강정호가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김민성이 류제국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쳐내며 흐름을 완전히 가지고 왔다. LG로서는 실투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 됐다.
이어 넥센은 5-2로 앞선 7회에도 홈런으로 LG의 기를 완전히 꺾었다. 1사 후 박병호가 좌전안타로 출루하고 강정호가 우규민의 초구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7-2까지 달아났다. 넥센의 불펜에 한결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이날의 쐐기타 중 하나로 손색이 없었다.
넥센은 올 시즌 잠실에서 가진 LG와의 경기에서 타율이 2할5푼2리에 그쳤다. 3할에 육박한 정규시즌 타율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8경기에서 홈런은 5개였고 그나마 강정호가 3개를 때렸다. 목동에서의 홈런 비율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달랐고 넥센은 자신들의 장기인 ‘홈런’의 힘으로 한국시리즈행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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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