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에 있어 '팬'이란, 어느 팀이나 비슷하겠지만 유독 더 애틋한 존재다.
2008년 창단 후 유난히 팬이 없어 홈구장에서도 원정 같은 느낌으로 경기를 했던 팀. 팀도 매년 하위권이라 야구장에 오라고 하기 미안했던 팀. 2011년 창단 첫 최하위를 했을 무렵, 선수들은 원정 경기를 가면 몇 안되는 분홍색 응원봉을 직접 세어보는 '서글픈 장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아지고 스타 선수가 생겨나면서 팬들도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를 거쳐 올해 창단 두 번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은 1,2차전 홈경기를 모두 매진시켰고 3,4차전 잠실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숫자의 홈팬에 비해 위축되지 않는 응원력을 등에 업었다.

3차전과 4차전. 잠실구장을 메운 약 2만5천 명의 팬 중 LG 팬이 약 2만 명 정도를 차지했다. 그러나 3루 원정 응원석을 채운 5천 명 가량의 넥센 팬들은 경기 내내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르고 응원 구호를 외쳐가며 선수들의 기세를 살렸다. 넥센은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3승1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4차전에서 한국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인 7타점을 기록, 데일리 MVP로 뽑힌 김민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팬분들께 정말 감동받았다. 넥센 팬분들의 목소리가 이렇게 큰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정말 고맙다. 한국시리즈 5~7차전을 잠실에서 하는데, 그 때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소리쳐주셨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4차전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팬분들이 3루를 꽉 채워주실 거라고 믿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많이 와주신 것 같다. 어제(3차전) 일부러 경기 전에 나가서 응원석을 쳐다봤다. 팬분들이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셔서 다들 힘을 낸 것 같다"며 감격스러움을 드러냈다.
4차전 후반 LG 팬들은 홈·원정 공격을 가리지 않고 응원가를 불렀다. 경기 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보다 LG 측 응원가가 더 크게 울러퍼졌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바로 그게 '홈 어드밴티지'라는 유리함이다. 그러나 다수를 뚫고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은 넥센팬들은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자세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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