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야, 우리 얘기야!'
tvN 금토드라마 '미생'을 향한 시청자들의 공감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직장인들의 애환, 실제 있을 법한 에피소드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탄탄한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한 건 사실이지만, 이를 각색하고 연출하고 연기하는 드라마 제작진과 출연진의 '내공'이 없인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미생'은 지난 31일 방송분에서 사내 갈등을 디테일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직장인 여성들의 애환을 리얼하게 펼쳐 또 다시 시청자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이날은 자원팀에서 실수로 빠뜨린 문서를 영업3팀에 핑계를 돌렸다가 영업3팀의 오과장(이성민 분)과 자원팀과 큰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더욱 인간미 넘치는 오과장과 은근히 코믹한 장그래(임시완 분), 그리고 호흡이 척척 맞는 김대리(김대명 분)까지 하나같이 웃음을 자아냈다.
실은 이게 자원팀의 실수로 벌어진 일임을 알게 된 안영이(강소라 분)와 장백기(강하늘 분)는 이를 밝혀야할지 아닐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며 갈등이 유발되기도 했다. 안영이는 남자 상사로부터 "이게 성희롱이야?"라는 질문을 받고 "상대가 불쾌하면 성희롱"이라고 답변하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원팀의 실수를 밝힐 것인지를 두고는 내적 갈등을 겪었다.
결국 안영이는 자원팀의 실수를 입증할만한 서류가 있는 위치를 장그래에게 알려줬다. 장그래는 자원팀 캐비넷을 뒤지다 걸렸지만, 오과장이 먼저 서류를 발견해 문제가 해결됐다. 오과장은 눈 감아주는 대신, 사과문을 올리라고 했다.
이날 방송은 또 여성으로서 회사를 다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보여줬다. 에이스로 입사했지만 남자 선배들의 견제를 받게 된 안영이는 "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켜놓으면 육아에 남편에 핑계도 많아.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라는 말까지 들었다.
임신한 사원을 두고는 "뭐? 임신?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거야. 애 둘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떡하려고 또 임신을 했대? 이기적이다"라는 대사도 난무했다. 워킹맘 선차장(신은정 분)은 안영이에게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워킹맘은 어려워. 워킹맘은 어디서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죄인. 결혼하지마. 그게 속편해"라고 조언했다.
'미생'은 많은 직장인들이 다사다난한 5일을 보내고 휴식을 찾는 매주 금요일 저녁 전파를 타고 있다. 편성운도 인기에 한몫했다는 평가. 지쳤던 한주의 끝자락, '미생'을 보고 있으면 공감을 넘어 어느새 경건한 마음까지 든다는 게 많은 시청자들의 의견이다. 나도 몰랐던 직장생활에서의 내 모습, 그리고 실수를 뒤늦게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는 반응들마저 나타났다. 많은 시청자들이 직접 장그래, 안영이, 오과장에 빙의(?), 마치 집에서마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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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