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가요계는 故신해철의 갑작스런 사망에 너무나 놀라고, 고인을 둘러싼 국민적인 추모 열기에 또 한번 놀랐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7일 이후부터 트위터, 페이스북에 쏟아진 고인을 둘러싼 어마어마한 추억담은 그가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깊숙히 관여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그의 음악을 따라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운 사람, 그의 라디오를 듣고 일상의 갑갑함을 날려버렸던 사람, 그의 가사를 보고 혼란스러운 자아를 정립해나갔던 사람, 토론프로그램에서 그의 일갈에 대리만족을 느꼈던 사람까지 모두 이유는 달랐지만 그의 '상실'은 실제 학창시절의 일부분, 젊고 에너지 넘쳤던 자아의 한 부분을 잃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가 썼던 가사는 그의 정체성을 확연히 보여줬고, 그에 공감했던 한 세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대'로 통합돼 고인의 추모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빈소를 찾은 일반 조문객은 1만6천여명. 신해철이라는 뮤지션은, 소셜테이너는, 그렇게 사람들의 깊숙한 어느 한부분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요계는 지금 자문하고 있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은 누구인가. 이 세대의 대표곡은 무엇인가. 지금의 음악은 대중의 어떤 부분과 접점을 공유하고 있는가.
가요계가 지상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멜론 차트 1위는 이에 대한 해답이 될까.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순위를 '중계'하고 올킬과 줄세우기, 역주행과 차트아웃에만 신경을 썼던 그 숱한 기사들은 음악'판'을 조명하되 '음악'은 조명하지 않았다. 정오에 공개할까, 자정에 공개할까, 저 라이벌 회사의 컴백 일정은 어떻게 되나에 관심을 집중했던 마케팅에도 '음악'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사는 입에 잘 붙고 번지르한 영어가 포함되면 OK 였고, 음악은 멜론 10위권 장르가 무수히 '자동 번식'했다. 적지 않은 수의 뮤지션이 멜론 상위권을 '공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안그래도 바쁜 일상, 음악은 공부할 때, 길을 걸을 때, 시간을 때울 때 틀어놓는 배경음악으로 전락했고, 그 마저도 모바일로 뛰어들고 있는 드라마, 예능에 틈을 내주고 있다.
매일같이 음원차트 올킬곡은 등장하지만, '한달 전 1위곡이 뭔지 기억나니?'라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란 어렵다.
가요계는 이제 더 이상 예전 그 의미 그대로의 히트곡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치열한 전략으로 탄생한 음원 1위와 1억뷰 뮤직비디오는 있지만, 먼훗날 팬들의 자아의 한 부분에 '웅크리기라도' 하는데 성공할 음악은 얼마나 될 것인지 쉽게 낙관하기 어렵다.
신해철을 추억하는데에 중요한 건 그가 앨범을 얼마나 팔아치웠는지,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가 아니었다. 무엇을 노래했고, 어떤 가치관을 선보였느냐였다. 이를 새삼 기억해내는 건, 어쩌면 일상에선 신해철이 노래한 것과 정반대 삶을 살고 있었을 30~40대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아마도 그게 이 추모 열기의 원인 중 하나였을 테다.
한시간에 한번씩 차트를 본다는 한 인기작곡가는 이같이 말했다.
"참 웃기죠. 모두가 여기에만 매달려있어요. 덕분에 K-POP이 발전한 것도 인정은 해야죠. 그런데 정작, 한달 전 음원차트 1위가 기억 나요? 먼 훗날 우리 세대는 어떤 감성의 '상실'에 이같이 슬퍼할까요. 그게 좀 궁금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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