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생' 상사맨 이성민,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11.02 07: 13

그야말로 더럽고 치사한 갑에게도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부하로서 상사에게도 굽신대야 하지만 영업맨이라면 외부에서 겪는 갑을 관계 스트레스가 또 고역이다. 직장생활에서, 아니 확대해 생각하면 이 세상 모든 관계에 있어 '갑을의 질서'는 너무도 명확하게 자리하고 있다. '미생'이 그 아프고 서러운 갑을 구조를 적나라하게 다루며 또 한 번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1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서는  오상식(이성민 분)이 고교 동창을 바이어로 만났다가 쓰라린 갑질을 경험하고 낙담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오상식은 새로운 바이어가 고교시절 절친이라는 사실을 알고 반색했다. 친구와 재회할 기대감과 함께 계약 건을 쉽게 성사시킬 수 있을 거란 안도감이 교차했다.
한달음에 달려가 만난 동창은 기대했던 대로 그를 반갑게 맞아주는 듯 보였지만 곧 속내를 드러냈다. 영업을 하려는 오상식에게 제안서가 미비하다며 면박을 주더니 고가의 술접대까지 강요했다. 친한 척을 하면서도 오상식의 속을 긁는 무례한 동창의 태도, 하지만 계약 성사를 위해 오상식은 굽신 거릴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한 친구지만 사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저 갑을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 온갖 굴욕을 참아가며 접대 자리를 마쳤지만 오상식에게 돌아온 건 계약 불가 통보뿐이었다.

허탈해지 오상식은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동창은 "예전엔 네가 갑이고 내가 을이었다. 이젠 내가 갑질 한번 해보려고 했다"며 차갑게 쏘아붙여 오상식을 당황케 했다. 소중한 우정, 오랜 인연 같은 건 전쟁터엔 없는 일이었다. 냉혹한 영업 지옥에선 친구 대신 '갑'만이 존재했다. 이미 산전수전 겪어본 과장급 영업맨인데도 친구의 갑질은 상처가 됐다.
하지만 오상식은 이날 방송 말미, 아내가 보내준 아들의 영상을 보고 또 다시 힘을 냈다. 영상 속에는 유치원에서 영웅 캐릭터를 연기하는 아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슈퍼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만화 속 영웅 대신 오상식의 아들은 '상사맨'이라는 영웅으로 변신해 있었다. 아빠 즉, '상사맨'으로 살아가고 있는 오상식을 흉내낸 것.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능력자라며 자신을 흉내내는 아들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 찡해 눈물이 났다.
무엇보다도 이성민의 사실적인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이성민은 동창의 갑질을 만나고 수난을 겪고 외로워지는 오상식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그늘진 얼굴, 온갖 주름으로 표현하는 속내의 묘사가 탁월했다. 이성민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에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먹먹해졌다.
이세상 많은 '상사맨'들의 가슴이 아린 밤이었다. 실제로 직장에서 감내해야 하는 계급 구조부터 거래처에서 겪어야 하는 갑을 관계의 고충이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펼쳐졌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또 미래를 위해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상사맨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미생'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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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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