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김은중(35, 대전)을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대전은 1일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34라운드 부천과 경기서 1-0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연패에 빠져있던 대전은 19승 9무 6패(승점 66)를 기록하며 우승 확정까지 승점 1점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경기 숨은 공신은 김은중이었다. 그동안 플레잉 코치로서 선수단의 뒤를 든든히 지켜준 김은중은 아드리아노와 김찬희 등 징계 및 부상 선수들의 공백으로 인해 이날 경기 선발로 나섰다.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지만, 조진호 감독은 그에게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의 역할을 바랐다. 그리고 김은중은 기대에 부응하듯 후반 7분 정석민의 결승골에 도움을 기록해 승리를 뒷받침했다.

그의 시즌 1호 도움이자, 팀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값진 도움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다른 선수였다면 그 상황에 보통은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패스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은중은 정확하게 정석민 쪽을 보고 연결해주더라"며 빈 곳을 확실하게 찾아낸 김은중의 시야에 감탄했다. 김은중의 노련한 플레이와 정확한 판단력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은중의 가치는 단순히 결정적 도움을 기록한 베테랑 선수에 그치지 않았다. 후반 33분, 이호와 교체되어 나가는 김은중에게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레전드를 대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잠시 둥지를 떠나긴 했지만, 다시 돌아온 김은중은 여전히 그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이다.
'축구특별시'를 자처하는 대전에 있어 가장 영광스러운 기억인 2001년 FA컵 우승의 주역인 김은중은 대전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존재다. 김은중에게 대전이라는 팀이 특별하듯이. 김은중은 경기 후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기다려주고, 또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길게 프로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올시즌 내내 홈-원정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다시 클래식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시즌이 끝나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행을 고려했던 김은중은 친정팀 대전의 부름에 기꺼이 돌아왔다. 프로생활의 첫 팀이자 마지막 팀이 될 대전에서 그의 모든 것을 불사르기 위해서였다. 김은중은 자신에게 주어진 1년의 시간 동안 플레잉 코치로 다시 자주색 유니폼을 입고 팀의 승격을 뒷받침했다.
이날 승리로 사실상 대전의 승격이 99% 확실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김은중의 거취 문제도 관심을 모았다. 현재로서는 김은중이 대전 이외의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가능성은 적다. 대전 측은 클래식 무대에서 김은중이 다시 한 번 뛰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인해 은퇴를 선택하거나 잠시 미뤄뒀던 미국 진출의 꿈을 이어갈 가능성도 크다.
당사자인 김은중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두 경기가 남았으니 그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프로인생 첫 꽃을 피운 대전에서 플레잉 코치로 승격이라는 결실을 일궈낸 그가, 과연 다시 한 번 클래식 무대에서 자주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 두 경기 후에 그 답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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